올해로 우리는 6.25발발 53주년을 맞는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6.25전쟁이 일어난 이후 반세기동안 우리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6.25를 잊지 말자고 다짐해왔다. 그러나 입으로는 6.25를 잊지 말자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서서히 6.25를 잊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6.25전쟁이 일어난지 53년이 지난 지금, 전후세대가 국민들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6.25전쟁을 알지 못하며 영화 JSA의 한 장면을 현실로 착각한다. 6.25전쟁을 직·간접으로 체험했던 전후세대들은 6.25전쟁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올바로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2차대전이 끝난 이후 맥아더장군은 미국 국민들에게 말했다. forgive, but not forget. 용서할 수는 있으나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우리도 6.25전쟁의 책임자들을 용서할 수 있다. 용서해야 한다. 그들이 무릎꿇고 역사와 민족 앞에 사죄하고 반성한다면...

그러나 우리는 6.25전쟁 53주년이 되는 그날에도 6.25를 잊어서는 안된다. 6.25를 잊고 있으면 6.25는 반드시 우리 곁을 다시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땅에 6.25와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를 위해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들을 생각해 본다.

먼저, 무엇이 6.25전쟁을 초래했는지 그 원인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리당략으로 쌈박질하면서 날이 새고 졌던 정치판이 6.25를 초래했다. 변변한 군사대비 태세도 없이 평양에서 점심먹고 신의주에서 저녁먹는다는 군의 허풍이 6.25를 재촉했다. 북한이 쳐들어오기야 하겠냐며 알팍한 동포애를 기대했던 우리 국민들의 안보낙관론이 6.25를 불러들였다.

북한의 화해 제스쳐 뒤에는 항상 도발의 음모가 숨어있는 공산당의 속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6.25남침을 며칠 앞두고 남북한 총선거를 제의하는가 하면 남침땅굴을 파내려 오면서 7.4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법적으로도 ‘停戰’ 중인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임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6.25전쟁 50주년에 중국의 국방장관은 대규모 군 사절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여 6.25 격전지를 돌아보면서 그들이 말하는 소위 ‘위대한 전쟁’을 기렸다. 미국은 위싱턴 링컨기념관 광장에 자유수호를 위한 전쟁, 한국전기념비를 세워놓고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되새기고 있다. 6.25전쟁에 참가했던 다른 참전국들도 격전지에 전적비를 세워놓고 6.25참전을 기념한다. 그러나 정작 전쟁 당사자인 우리는 6.25전쟁 기념행사를 축소하고 의미를 외면하고 있다. 6.25전쟁을 들먹이면 수구냉전 또는 반통일세력으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화해협력을 통한 평화 추구도 중요하지만 평화는 지킬 힘이 있을 때만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天下雖安 忘戰必爲, 세상이 아무리 평안해도 전쟁을 잊고 있으면 위태로움이 온다고 했다. 6.25전쟁 53주년을 맞는 우리들에게 선현들이 주는 마지막 경고를 겸허히 마음 밭에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