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는 상식이를 어루며 엄마 송연순(34세)씨는 속삭이듯 말한다.

“아픔아, 아픔아 사라져라 -- 뿅!”

그러면 상식이는 정말로 감기가 감쪽같이 낫기라도 한 것처럼 까르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올해 4살이 되는 상식이는 뇌성마비 2급 장애를 갖고 있다. 혼자서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해 늘 유모차에 의지해야 하는 상식이는 태어나자마자 4개월 동안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했다. 1.118㎏이라는 허약한 몸으로 2000년 2월 9일 세상과 마주했을 때 상식이를 껴안으며 송연순씨와 남편 이억순(50세)씨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절망으로 가슴이 무너졌다.

“처음에는 상식이를 입양시킬 생각까지 했어요. 병원에서도 3일을 넘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으니까요. 일년 동안 정말 숫하게 울었었죠.”

그 사이 눈가를 슬쩍 훔쳐내는 송씨 역시 심장판막증을 앓고 있다. 선천적으로 왼쪽 장기들이 안 좋아 어렸을 때부터 체육을 못했고 지금까지도 조금만 무리하면 병원에 실려가기 일쑤라고 한다.

십년 전 친오빠가 일하는 건설현장에서 처음 만나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살림을 시작한 송씨 부부는 채운리에 조그만 월세방을 마련해 살고 있다. 둘은 현재 생활보호대상자로 혼인신고를 안 한 상태라고 한다. 혼인신고를 하면 생활보호대상자 혜택이 자연 소멸돼 군에서 나오는 지원금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씨는 호적상 미혼모로 되어 있다고 한다. 상식이의 병원비, 게다가 5년 전 허리디스크에 걸린 남편의 치료비까지 부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송씨는 닥치는 대로 신문도 돌리고 초등학교 운동회를 찾아다니며 노점장사와 아이스크림 장사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상식이를 낳던 해는 정말 누구 하나 도움 받을 사람이 없더라고요. 친오빠는 일하던 회사가 갑자기 부도 나 형편이 어려워졌고 친정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지셨죠. 2000년도는 너무도 길고 힘겨운 시간이었어요.”

“엄마, 친구랑 놀고 싶어요”

상식이는 두달에 한번씩 단국대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병원에 갈 때마다 드는 비용은 백 만원 정도. 재활은 무료지만 뼈 주사 등 상식이의 성장 정도를 세밀히 관찰하는 전문치료들은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상식이는 자꾸만 몸이 굳어져 오른쪽 팔 다리에 힘을 잘 쓰지 못한다. 왼편 뇌신경의 이상으로 오는 장애다. 상식이의 담당 의사는 뛰는 것은 무리지만 앞으로 치료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가능성은 70~80%라고 한다.

이동식 포장마차로 여기저기 다니는 송씨 부부를 대신해 상식이는 얼마 전부터 한성아파트에 있는 놀이방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게 됐다. 이 곳 원장은 시간에 관계없이 치료와 더불어 생활습관을 돕는 등 상식이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상식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호기심만큼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또래들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상식이는 그런 욕구불만으로 침을 자주 흘린다고 한다.

너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상식이를 낳고 일주일간 혼수상태였던 송씨는 태어난 지 열흘만에 상식이를 보았다. 한꺼번에 링거 7봉까지도 맞았었고, 어른 수저 한 수저도 못 삼킬 정도로 위태로운 상식이를 보며 속이 무던히도 탔을 테지만 송씨는 늘 얼굴에 미소를 거두지 않는다.

“상식이는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요. 주위에서 상식이를 특수학교에 보내라고 하지만 상식이는 정신적인 문제는 없거든요.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이죠.”

송씨는 생활이 아무리 고단해도 낙천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자신이 늘 어두운 표정으로 상식이를 대하면 아이가 오히려 내성적으로 변하고 상처를 입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다. 상식이를 낳기 전까지 송씨도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TV 프로를 보면 한번씩 전화를 걸어 성금모금을 해요.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저도 겪었기 때문에 별로 보고 싶진 않죠. 힘겹게 보내온 지난 세월이 다시 치밀어 오르니까요.”

모든 것을 ‘시간이 해결해 줬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송씨는 경제적·육체적으로 어려워도 상식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상식이가 있기에 송씨 부부의 내일에 대한 희망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홍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