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사람, 시골 선생님

·지은이 : 나태주

·출판사 : 동학사

·가 격 : 8,500원

김 희 숙

초락초등학교 교사

팔순의 ‘구상’ 시인이 병중에 있으면서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자’라는 유언을 미리 썼다.

더불어 시인은 “오늘도 신비의 생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 작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시 ‘오늘’을 통해 욕심에 버거워하는 우리들에게 잠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가을이다!

잠시 살았다 살갑게 스러지는 놀빛이 가슴에 오래오래 남는 가을이 된 것이다. 거둘 건 거두고 버릴 건 추려 버려야 병들지 않는 가을날. 그러나 버리는 것과 비우는 것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 쉽게 욕심의 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꾸역꾸역 강의 심장을 향해 돌진하고 싶을 때, 시골 시인이고 시골 선생님이 쓴 나태주 산문집을 권하고 싶다.

『시골 사람, 시골 선생님』(동학사, 2002)은 책 제목답게 시골의 여유로움이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들판의 바람 내음을 맡고, 송림사이로 제 그림자를 잠시 섞어 넣는 여유가 있다. 부지런히 퇴근길만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누런 들판을 가르며 백미러 가득 노을을 담아 내는 푸근함이 있다.

주로 시집만을 열 권 넘게 출판한 시인이 시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크게 ‘길동무/ 너처럼 살아라/ 비어있음의 아름다움’의 세 부분으로 묶어져 있는데 1장인 ‘길동무’에서는 시골학교에서 겪는 고물고물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가 예전에 많이 해 보았던 낙서에 관한 것, 그리고 키가 크고 나이가 먹어도 가물가물 잊혀지지 않은 기억들을 돌이킬 수 있다.

2장 ‘너처럼 살아라’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상이 들어있다. 교직이라는 것이 남자로서 그리 선호하며 명성을 누리는 직업이 아닐진대 그러나 30년 넘게 교사생활을 하면서 소중해진 교직 사랑이 담겨 있다.

3장 ‘비어있음의 아름다움’ 에는 중년을 넘어가면서 느끼는 작은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예찬하고 있다. 시인을 키워준 할머니 이야기와 가을을 맞으며 ‘죽은 풀숲의 들길을 한 사람이 지나감으로 들판에 흐릿한 길이 새로 하나 생긴다’는 잠언들이 책 사이사이에 숨어있다.

무엇보다 이 산문집에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회고할 수 있는 흑백의 사진들을 담아놓았다. “아. 예전의 내 모습이야”하며 다시금 자세히 돌아보고 싶은 장면들!

지난 번 들판을 서성이고 돌아와 책 사이에 고이 꽂아두었던 ‘닭의 장풀’과 ‘패랭이 꽃’이 그날의 모습처럼 책장 사이에서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