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덕읍 대전리 신계호씨
“수없이 많은 농민들이 수없이 많은 날들을 거리에서 보내며 한-칠레 FTA의 국회비준을 반대했습니다.”
합덕읍 대전리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신계호(52)씨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결국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을 국회에서 표결 처리했다”며 “국회는 농민의 심정이나 농촌과 농업이 피폐해 쓰러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7천평의 과수원에서 사과를 경작하는 신씨는 요즘 일손을 손에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 농업의 생사가 모두 걸려있는 해이다. 한-칠레 FTA가 체결된 첫 해이고 앞으로 거대 농업강국들이 쌀 재협상을 앞두고 우리 정부와 담판을 지으려 하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번 칠레와의 협상에서 쌀, 사과, 배는 제외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말해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위 3가지 품종이 언제까지나 지켜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쌀은 우리나라 국민정서와 맞물려 있어 개방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대다수 농가가 종사하는 우리나라 농업의 주류다.
신씨는 “요즘 과수농가들이 세심한 주의 없이 사과로 작목을 전환하고 있다”며 “단지 현재 가격이 우세하다고 사과로 전환하는 것은 공멸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작목을 전환해도 수확하기 위해서는 4-5년이 필요하고 경제성을 고려할 때 5-6년이 소요될 것이다. 지난해 사과 가격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중복투자와 사과로 유입된 농가를 감안해 볼 때 외국산 농산물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온다면 시장은 교란되고 사과 농가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신씨는 “이런 전망이 기우라고 믿고 싶지만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10년 전 일본 아오모리현 과수원을 찾았을 때 노부부가 과수원을 경영하는 것을 보고 일손이 부족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현실과 비추어 보아 비슷하다며 농촌일손 부족 문제도 심각하게 받아 들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즘 농촌은 일손이 매우 부족하다”며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은 더 이상 안정적인 농업을 지속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왔다”고 신씨는 말했다.
지난 1981년부터 과수원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신씨는 몇 년 전부터 신평, 순성, 합덕의 12개 사과농가와 ‘두더지사과작목반(회장 고광한)’을 운영해 농산물 검사소로부터 저농약, 친환경 ‘품질인증’을 받아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농가는 시장의 변화를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하며 그 변화 속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충분한 준비와 열정이 필요하다.”
신씨가 보이는 열정은 고품질의 사과 생산을 위해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성페르몬 농법, 머리뿔 가위벌 이용, 가지 유인 등 신씨는 신기술 덕분에 고품질의 정형화된 사과를 생산해 높은 가격으로 출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농민은 농업에 전념해 본인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연구를 거듭해야 하며 신속하게 정보를 얻어야 한다.”
신씨가 제일 많이 투자한 것은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농업이론이 성공할 때 지금 거세게 밀려오는 외국 농산물을 이겨낼 방법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태 기자 ytkim@dj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