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연씨를 바쁘게 하는 인터넷 시민세상
주방에서 배우며 인터넷으로 말한다
그가 주방에서 보는 세상의 비밀은?
양식 레스토랑 <아마데우스 designtimesp=26751>의 사장 겸 주방장으로 바쁘게 사는 조상연(38세)씨는 요즘들어 부쩍 더 바빠졌다. 인터넷 공간이 열렸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은 세상의 주인으로 열렬하게 참여하고 싶으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주방장이고 싶어 감히 자기 자리를 비우지 못하던 그에게 세상에 참여할 문을 열어 주었다.
할 말은 해야하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하는 그였기 때문이다. 마침 당진시대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당진시대 홈페이지 여론광장에는 조상연씨가 레스토랑의 문을 닫고 한밤중에 귀가해 밤을 새워 쓴 쓰디쓴 글들이 종종 올라와 있다.
“사람들은 나보고 참 피곤하게 산다고 해요. 대충 대충 넘어가지 못한다구요. 하지만 그건 저의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저는 시민사회에서 일상적인 준법정신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킬 것은 지키자는 거죠. 그리고 저는 이렇게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이 결코 손해보지 않는 세상이 정의로운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고지식하고 순수해서 도무지 편법이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그에게 오히려 세상이 그를 순진하다고 나무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성실하게 정도를 가는 사람이 있는데 편법으로 남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잘못된 쪽은 후자라는 신념이 청년기의 그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그는 순천향대학교 수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이던 조교시절, 대학생들의 <컨닝 designtimesp=26756>을 한 치도 용납하지 않아 ‘독한’ 조교로 악명을 떨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때 그는 당진아이들을 위해서 <꿈회 designtimesp=26758> 활동을 하고 있었고 막 활동을 시작한 초창기 시민모임인 <당진사랑단체연합 designtimesp=26759>에서 청년회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악명이란 <정직성 designtimesp=26760>일 뿐이었다.
조상연씨의 이런 예민한 정직성은 길지않은 그의 인생여정의 도처에서 발견된다.
수학과 대학원 시절,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휠드상 designtimesp=26763>을 목표로 열심히 학문에 매진하던 그는 그만한 상에 필적할 스승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련없이 수학을 버렸다. 그리고 한국베랄이라는 중견기업에서 32세에 부장대리라는 중책을 맡아 나이 50줄의 이사들과 어깨를 맞대고 있다가 그들의 초라한 말년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미래를 보고 또다시 과감히 그곳을 떠났다.
남은 것은 영국연수 시절, 그들의 신사적인 식당문화를 보면서 레스토랑을 해봐야겠다던 막연한 꿈이었다.
“막상 해보니까 주방장의 일은 종합예술이에요. 재료구입에서부터 마지막 서비스까지 여러 패턴 중에서 어느 한가지만 실수를 해도 전체작품에 흠이 되거든요.”
아하!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가 이 직종을 선택한 까닭을. 무엇이든 손을 붙이면 깊이 파고드는 성격으로 그는 이미 많은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학생 때 배운 기타솜씨는 즉석에서 웬만한 노래반주를 할 수 있을 만큼 수준급이고 노래도 그렇다. 두 아들을 위해 색종이를 접어주다 보니 종이접기도 수준급이다. 소묘도 잘 하는 편이고 탁구도 잘 친다. 책읽기에도 급이 있다면 그 또한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그의 표현대로 ‘술을 안먹고도 술 취한 것처럼 신나게 놀 수 있는 빼어난’ 재주가 있다. 그 자신이 종합예술인 것이다.
그의 아마데우스 주방에는 식기와 음식재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쪽 창가에 기타도 세워져 있고, 짬짬이 케찹통 위에 앉아서 보거나 볶음재료를 저으며 읽는 사회과학 서적들도 있다. 늘 부족한 잠은 언제 어디서나 노련한 선수처럼 깜빡잠으로 때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보면 늘 자는 것 같고, 어떤 사람이 볼 때는 한 숨도 자지않는 사람이다.
순수한 세상을 접은 지 10년만에 조상연씨는 인터넷에서 자신처럼 바쁘고 생업현장에서 자리를 뜰 수 없는 사람들의 참여의 길을 찾고 용기를 얻었다. 벌써 독서모임 <읽기넷 designtimesp=26770>을 만들었다.
그는 어찌 보면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고, 또 어찌 보면 가장 즐거워 보이는 사람이다. 몇시에 잤건 상관없이 아침 7시에 일어나 쌍동이 아들의 등교를 도우며 놀아준 뒤 보건소 옆에 있는 참여연대 사무실로 곧장 간다. 아직 자는 사람들을 전화로 깨우고 오전 10시30분쯤 수프를 끓이기 위해 주방으로 올 때까지가 그의 유일한 자유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만끽한다.
“아직은 주방장이 아니라 주방담당 수준이에요. 소스 한가지에 모든 것을 걸고, 비지 않은 접시에 모든 의문을 던지는 그들의 철학과 직업정신을 아직 다 배우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재료는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고 요리솜씨는 수학처럼 정교하고 빠르다.
빚을 다 갚고 나면 이익금을 직원들에게 주식으로 나눠줄 생각, 꿈회나 시민단체에 문화공간을 마련해줄 생각이 힘든 하루를 이기는 비결이다.
정직한 사람이 손해보지 않는 나라. 각성된 시민정신으로 꾸려나가는 네델란드와 같은 나라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꿈은 그의 힘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의 이 한 마디 말이다.
<내 속의 내가 너무 젊어요 designtimesp=267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