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을 흩다

박 태 일

--경남 합천 출생

-경남대 국문과 교수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그녀 웃자 그녀 쪽 유리잔이 떨린다

그녀 고개 들자 내 잔 속 물이 떨었다

그녀와 나는 남남으로 만났고

그녀와 나는 남남으로 남는다

낮 두시 찻집 베트남

그녀와 나는 할 말이 없다

창밖 인조 대숲에선 빗발이 글썽거리고

그녀 낮은 콧등처럼

그녀 외로움도 저랬을까

그녀를 두고 간 옛 남자의 반지 자국이

그녀 짧은 손가락 마디를 기어 나와

바깥 창 빗방울 잠시 흩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