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직 위원 비율 높고 위촉직 위원 상당수 관변단체 인사

43개 위원회 중 13개 위원회 일년간 회의 한번도 안 열어

사진설명 : 대부분의 군 산하위원회가 구성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운영실적이 저조한 반면 민간인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일부 위원회는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여성정책심의위원회 회의장면.

기존 단체 위주로 보조금 확정

지난 1월29일 당진군 산하 위원회인 ‘사회단체 보조금 심의위원회’는 ‘2004년도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신청’에 대한 심의를 열어 지원사업 및 규모를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심의위원회’는 해당 실과와 기획감사실의 1·2차 조정을 거쳐 상정된 77개 단체의 83개 사업, 9억832만원을 놓고 장시간의 토론을 거친 끝에 올해 사회단체 보조금에 책정된 예산인 4억4천755만원에 근접한 4억4천720만원으로 지원금액을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심의과정에서 지난해까지 보조금을 지원받던 기존 관변단체 등의 경우 대부분 일부 삭감하는 선에서 그대로 예산을 책정한 반면 처음 신청한 단체의 경우 대부분 전액 삭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연히 처음 사업비를 신청했다가 전액 삭감된 사회단체나 사업실적에 비해 보조금이 적게 책정됐다고 생각하는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당진군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진군은 “각계각층의 전문가 및 주민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치열한 토론 끝에 결정했다”며 책임이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사건은 당진군 산하 위원회가 정책결정과정에서 자치단체의 의중을 정당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자치단체의 입장 정당화하는 역할담당

지난해까지 당진군은 각 사회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금액을 세입세출예산안 편성과정에서 결정해왔다. 그렇다 보니 보조금 지원 대상과 규모를 놓고 편파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그 화살은 모두 당진군으로 향했다.

그러나 사회단체에 대한 정액지원이 폐지되고 ‘심의위원회’의 구성을 통해 지원대상과 금액을 결정할 수 있게 되자 당진군은 지금까지 제기됐던 편파성 시비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편파성 시비가 제기될 경우 “당진군이 직접 결정하지 않고 각계각층의 전문가 및 주민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해명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해도 관변단체 중심의 보조금 지원은 여전했다.

당연직 위원 비율 높고

위촉직 위원 상당수 관변단체 인사

상당수 군 산하 위원회가 이처럼 본래의 목적과 달리 운영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는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과정상의 구조적인 문제가 꼽히고 있다.

군 산하 위원회의 구성 현황을 보면 이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아직도 당연직 위원들의 비율이 높다.

‘용역과제심의위원회’의 경우 13명이 정원임에도 11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중 6명이 부군수와 실·과장 등 당연직 위원이다.

자치단체의 지나친 용역 발주로 인한 예산낭비와 책임성 회피 등을 우려하며 군의회가 주도해 구성됐음에도 현재 위원 명단에 포함된 11명의 전체 위원 중 공무원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또한 ‘노인복지기금운영위원회’는 11명 중 5명, ‘의료급여 심의위원회’는 5명 중 3명, ‘규제개혁위원회는 11명 중 5명이 공무원이다.

다른 위원회의 경우에는 대부분 위촉직 위원의 비율이 더 높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통계상의 허점이 있다.

위촉직 위원의 상당수가 전직 공무원, 퇴직 교장·교감, 관변단체 구성원, 관련 업자 등 자치단체에 우호적이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들로 구성돼 있어 대부분 집행기관에서 의도한대로 의견이 모아진다.

실제로 각 위원회의 위원 중에는 퇴직 공무원 출신인 L모, H모, Y모씨, 관변단체 임원인 I모, S모 L모씨, 관련업자인 Y모, S모씨 등 다수가 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위원 전원이 공무원인 위원회도

그러나 위촉직 위원들이 어느 정도 수를 점하고 있는 위원회는 그나마 덜 심각한 편이다.

위원회의 구성목적과는 달리 위원 전원을 공무원으로 구성한 위원회도 있다.

‘군정조정위원회’와 ‘조례규칙심의위원회’, ‘기자재도입심의위원회’ 등의 경우 위원 전원이 공무원으로만 구성돼 있다.

특히 ‘군정조정위원회’의 경우 관련 조례에 위촉위원에 관한 조항이 명시돼 있음에도 위원 전원을 공무원으로만 구성하고 있다.

군 홈페이지의 ‘자치법규’에 게재된 관련 조례 제2조(구성) 1항에는 “위원회는 위원장 1인 및 부위원장 1인과 당연직 위원 및 위촉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3항에는 “위촉위원은 각 분야별로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관계 유관기관의 공무원 및 학계와 그 밖의 인사 중에서 군수가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례규칙심의위원회’와 ‘기자재도입심의위원회’는 아예 관련 조례에서 전원 공무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들로만 구성돼 운영돼야 하는 위원회라면 구태여 조례를 통해 여러 개의 별도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며 결국 형식적인 절차 하나를 더 만드는 결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43개 위원회 중

13개 연간 회의개최 한번도 안해

유명무실한 위원회와 유사 위원회도 문제다.

43개의 전체 위원회 중 지난 한해 동안 한번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는 모두 13개이다. 전체 위원회의 30.2%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규제개혁위원회’와 ‘자체평가위원회’, ‘과세표준심의위원회’, ‘지방세심의위원회’ 등이 지난 한해 동안 단 한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또한 일년간 단 한번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는 12개, 두 번 개최한 위원회는 5개이다.

결국 일부 몇 개의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위원회의 개최실적이 대단히 저조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유명무실한 위원회의 폐지와 유사한 위원회의 통·폐합이 단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체 위원회의 81.4% 위원장이

군수·부군수

위원장을 군수나 부군수가 맡고 있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43개의 전체 위원회 중 군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원회는 14개, 부군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원회는 21개이다. 전체의 81.4%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자치단체의 필요에 의해 운영돼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실무책임과 전문성도 결여돼 있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반면 여성정책심의위원회 등 민간인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일부 위원회의 경우 두드러진 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에는 군 산하 위원회가 주민의 인식과 이해 위에서 행정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지시에 의해 획일적으로 설치됐거나 주민생활을 지도하기 위한 행정 측의 일방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위원장을 군수나 부군수가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지방자치시대에는 주민의견 수렴 및 참여가 보장되는 형태로 군 산하 위원회도 탈바꿈해야 하며 그 첫걸음으로 위원장을 민간인이 맡도록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책반영 여부 및

결과 통지 절차 ‘필요’

군 산하위원회의 운영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구조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군 산하 위원회는 극히 형식적인 자문의 역할만을 맡고 있어 실제 정책결정과정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시되고 있다.

따라서 위원회의 의결사항이 소관 부서의 정책결정자에게 서면으로 전달되고 정책결정자가 이의 반영여부나 결과를 참여자 및 이해당사자에게 통지하는 등의 절차가 요구되고 있다.

‘행정주도형 참여’에서

‘주민주도형 참여’로

본래적 의미에서 각 자치단체의 산하 위원회는 주민들로 하여금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과 공무원간의 상호 의사전달을 증진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의 전문지식을 인용하고 활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실제 운영과정에서 군 산하 위원회는 본래적 의미와는 달리 집행기관의 입장을 정당화시키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지역의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특정한 이익을 관철하고 군 행정과 유착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따라서 새로운 민선군수를 맞는 2004년의 지방자치시대에는 지금까지의 ‘행정주도형 참여’에서 하루빨리 탈피해 ‘주민주도형 참여’로 시급히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종준 기자 jjyu@dj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