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타령하고 생수 뜨러 가기 전에 내 쓰레기를 챙기라”

자연과 사회를 지키는 여성들의 위대한 모성

“부엌에서 세계가 보인다”

세계의 경제는 각국의 경제에서, 한 나라의 경제는 한 가정의 부엌에서 시작이 된다. 우리가 국민경제의 건강을 말할 때 서독의 가정과 주부들을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당장의 편리함보다 미래를 생각하고, 나 혼자만의 편리함보다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 건실한 주부는 이러한 마음으로 좁디좁은 한 가정의 부엌에서도 한 나라 경제를 일구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여성과 어머니의 위대함은 바로 성숙한 시민으로서, 생활의 주체로서, 나라의 질서, 세계의 질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전 지구적인 모성애를 발휘한다는 데 있다. 자원 하나를 아끼고, 우리의 산과 강을 오염으로부터 지키려는 여성들의 노력은 비록 한 가정에서 이루어지지만 결국은 전체 인류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위대한 모성애인 것이다.

당진읍 신성아파트 김창희(62세) 부녀회장. 사람들은 김회장을 ‘지독한 여성’이라고 부른다. 자원 하나를 아끼려는 그녀의 생활이 철저하다 못해 극진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얘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90년 12월 아파트 입주를 시작할 당시부터 단 하루 이삿짐을 나르고 나서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박스들을 보니 아까웠어요. 저게 다 쓰레기장으로 가서 태워없어지고, 또 필요한 만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죠. 자원없는 나라라고 어려서부터 배워왔는데 이렇게 마구 버리는 일은 어마어마한 낭비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마음만 가지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1년여를 혼자 속앓이를 해오던 김회장은 감리교회 신성아파트 속회의 속도원 6명과 함께 ‘한번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을 모으게 됐다.

자신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 쓰레기를 분리해 내놓고 아파트 주부들을 방문하며 설명을 했다. 미처 분리하지 않은 채 나와있는 쓰레기는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분리를 했다. 노력한 결과 재활용할 수 있는 박스와 빈병, 플라스틱류들이 모아지긴 했지만 실제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운반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고물상에 연락해 한달에 한번씩 거두어가도록 하였으나 거기엔 한계가 있었다. 갈수록 태산이었다. 아직 체계가 안잡히다보니 집집에서 그냥 뒤섞어 내보내는 쓰레기도 있고, 기껏 모아놓은 폐품들, 특히 종이류들이 비에 젖기도 했다. 그럴 때는 얼른 내달아 집으로 갖고 오기도 하고 몇시간씩 분리작업도 했다. 힘든 일이었다. 기껏 힘들게 산에 올라왔는데 첩첩산중에 갇혀 길을 못찾는 심정이었다.

그러던 차에 군청을 통해 자원재생공사와 연결이 되면서 일이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매월 11일, 26일에 차가 왔고, 아파트 주부들은 매주 월요일 아침 9시에 두라인 48명씩 나와 쓰레기를 분리했다. 지금은 완전히 체계가 잡혀 못나오면 벌금을 내거나 전날 자기분량의 일을 미리 해놓기도 한다.

회장과 부회장 둘, 총무 두명을 두게 됐고 같은 출입구 한층마다 분리수거 반장을 뒀다. 신성아파트에서 쓰레기를 분리하는 기준은 아니라 모두 30가지나 된다. 요구르트병과 요구르트병 뚜껑까지 분리해서 다 모아두는 정도다. 1.5리터 피트병의 아래쪽 플라스틱은 따로 떼어 모은다. 초반에는 김회장이 재생공사차를 타고 직접 다니기도 했다.

“우리 아파트는 시골 어느 마을보다 화목해요. 자체 경노잔치도 하고, 작년에는 애들과 함께 전주민이 남산에서 자연보호활동도 했죠. 올봄엔 또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도 다녀왔어요. 이게 다 분리수거 덕분이랍니다”

게다가 이런 행사에 필요한 기금은 대부분 분리수거에서 나온 수익금이었다. 지금도 통장에는 2백만원의 수익금이 예치되어있다.

“다른 아무말도 필요치 않습니다. 자기 쓰레기를 자기가 책임지는 겁니다. 자신이 버린 쓰레기로 자원이 낭비되고, 자신이 버린 쓰레기로 환경이 더럽혀지면 그것을 어떻게 책임집니까?”

김창희 회장의 생각은 단호하고 간결하다. 생수를 뜨러가기전에 내가 버리는 쓰레기로 물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 보자는 것이다. 수차례에 걸쳐 도지사쪾군수표창을 받기도 했던 김회장은 “우리 쓰레기를 우리가 치웠는데 이게 어찌 상받을 일이냐”고 되물으며 우리들의 후안무치한 쓰레기 투기습관에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우리가 늘 내집안만 깨끗이 할 요량으로 쓰레기를 아무데나 아무렇게나 마구 버리는 동안 김창희 회장을 비롯한 신성아파트 주민들은 전국의 몇 안되는 ‘지독한 여성들’과 함께 냄새나는 쓰레기 앞에서 몇시간씩 땀흘려왔던 것이다.

집에서 입을 사람 없어 내놓은 옷가지들조차 일일이 세탁해서 활용하는 김창희 회장. 그래도 버려지는 쓰레기가 남는게 속상하다는 김창희씨. “뭐가 아쉬워서 그런 일에 목 매다느냐”고 속없는 소리하는 사람들 앞에 그녀는 이렇게 뼈있는 농담 한마디를 던진다.

“나는 1등 국민이고, 당신은 2등 국민이야”.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