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순이 천순분(38세)씨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가축들 사료주고, 한창 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들 아침밥 지어 먹이고, 도시락 싸주고 나면 6시. 이때부터 출근준비를 서둘러야 7시까지 일터에 도착할 수 있다.

천순분씨가 일하는 곳은 송산 한보철강단지. 해 떨어질 때까지 흙먼지 날리는 현장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는 게 그의 일이다. 이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4년째다. 비록 몸은 고되지만 벌이가 짭짤해 남편의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꿋꿋이 버텨왔다.

고대 장항리가 고향인 천씨는 스무살 되던 해 대촌리로 시집와 남편과 같이 농사를 지었었다. 그러나 가축을 기르다 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산더미 같은 빚을 지게 됐고, 땅 팔아 겨우 빚 갚고 나니 살길이 막막했다.

천씨가 중장비를 배울 결심을 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흔히 남자들 일로 여겨지던 것이었지만 천씨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이일 저일 따질 형편도 아니었고, 본래 괄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 어릴 때부터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그였다.

대산 현대에서 기사로 일하다가 남편의 반대가 심해 도중에 그만두었다. 그러나 가만히 집에만 있을 순 없었다. 커가는 애들 교육비도 걱정되었고, 한번 돈벌이에 나서 보았기 때문인지 하루하루 집에 있는다는 게 돈을 낭비하는 것만 같았다.

다시 직장을 잡은 것이 자동차 학원 조수일이었고, 한 2년간 가스배달 일도 했다. 그가 다시 지게차 운전대를 잡은 건 지난해 말. 배운기술을 놀리기도 아까웠고, 이왕 똑같이 힘든 일 할 바에야 벌이가 나은 일을 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예전처럼 남편의 반대는 심하지 않았다. 물불 안가리고 어떻게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그에게 남편도 손을 들고 만것이다. 천씨는 얼마전 그동안 어렵게 모은 돈으로  지게차 한대를 샀다. 그리고 농협에 다니던 남편도 농협일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차 한대 더 마련해 지금은 같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ꡒ원래 강단있는 체구라 하루종일 일해도 끄덕없다ꡓ는 천순분씨.

단지 가장 안타까운 것이라면 한창 사춘기라 고민많을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그래도 온순하고 착하게 자라주는 아이들이 천순분씨에겐 가장 큰 위안이 되어준다.

ꡐ웬만큼 형편도 폈으니 이젠 집에서 쉬라ꡑ는 남편의 말을 뒤로 하고 천순분씨는 줄기차게 새벽공기 가르며 현장으로 간다. 5년후 미니목장을 차릴 꿈을 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