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야 할 때는 질 줄도 알아야 해
김 형 수
때깔 고운 잎이라건
시샘할 일도 아니지만 미워할 일도 아니다
가을 가고 겨울 오면
흔적조차 없다지만 그것은 또 그것의 일
나무라면 그 나이테 안에
꽃이라면 그의 작은 씨앗들 안에
그가 땅 위에서 서툴게 누렸던
청춘을 남겼을 터
그가 사랑했던 님 앞에 닿아보기 위해
그 많은 날 애써 부대꼈던
햇살을, 비바람을
제 몸 어딘가에 감춰두고 있을 터
나는 왜 자꾸만 예민하게 구는가
져야 할 땐 아낌없이 질 줄도 알아야 해
벌레 먹은 대로
바람구멍이 난 대로
고집스레 매달려 어쩌자는가
이파리 한 잎 제 여름을 다 살고
이제 가을되어 아낌없이 져야 할 때
나 혼자 지지 못하고
늦도록 가지에 남아 어쩌자고 자꾸만 버터보는 것인가
1959년 전남 함평에서 출생
1985년 「민중시 2」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에는 「애국의 계절」 「가끔씩 쉬었다 간다는 것」
평론집 「대중을 위한 문학교실」 「자주적 문예운동」
산문집 「동요하는 배는 닻을 내려라」를 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