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운명
유하
푸른 보리밭을 뒤흔들며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처럼 만져지지 않는 사랑이 나를 흔들고
지나갔다
지나간 바람은 길을 만들지 않으므로 상처는 늘
송사리 눈에 비친 오후의 마지막 햇살
그 짧은 머뭇거림 같은 것이었다. 그 속에서
탱자나무꽃은 온통 세상을 하얗게 터뜨리고
산다는 것은 매순간 얼마나 황홀한 몰락인가
육체와 허공이 한 몸인 구름,
사랑이 내 푸른빛을 흔들지 않았다면
난 껍데기에 싸인 보리 알갱이처럼
끝내 구름의 운명을 알지 못했으리라
․1963년 전북 고창 출생으로 세종대학교 영문과 졸업
․1988년 <문예중앙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무림일기」,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등이 있다.
․1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연출했다.
․현재 동국대 대학원 연극영화과 석사과정에 있고
21세기․전망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