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태를 위하여
- 촛불연가 48
한승원 시인
세상에서 그대가 가장 위대하고 성스럽다는 생각이
그대를 멀어지게 한다.
그렇게 하려고만 하면 나의 하늘에서 하루아침에 노을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네 번이고 거듭 피어나게 할 수 있고
한겨울 눈 속에서도 내 뜨락의 장미가 피게 할 수도 있는
그대는
누더기 이불 속에서 내게 안기어야만
비로소 내 아기를 잉태할 수 있다
진주는 손 닿을 길 없는 푸른 물 속 병든 조개 속에서 자라고
연꽃은 진흙탕 속에 뿌리를 박아야 하고
사랑은 찢어진 아픔 속에서 싹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