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의 제일 큰 문화행사인 상록문화제가 어느덧 스물 한번째의 나이테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의 담금질과 지역주민들의 관심, 관계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해가 갈수록 더욱 풍성해지고 또한 짜임새있는 틀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상록문화제가 주민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더 나아가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창조성을 계승, 발전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상록문화제는 ‘이러저러 해야 한다’거나 또는 앞으로의 발전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떼어놓고 생각해보면 아직은 자기 정체성의 확립이라는 면에서는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로 고찰해 볼 수 있겠으나 우선은 ‘문화’ 혹은 ‘문화제’라는 것에 대한 몇가지 생각을 같이 나누어 보는 것도 이 시점에서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어느 국민, 어느 고장이든 스스로를 ‘문화민족’이니 ‘문화의 고장’이니 하고 부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만큼 문화라는 말에는 삶의 질, 즉 삶의 품격을 높여주는 어떤 가치가 내재하고 있음을 알수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문화란 삶을 반성한 정신적 행위의 총체에 붙여진 이름이다. 문화는 ‘생활의 잉여’라는 전통적 의미에서건 오늘날 자주 쓰이는 ‘생활문화’라는 측면에서건 문화는 반성적이고 정신적인 것이다. 그리고 문화발전의 동력은 바로 창조적 행위, 즉 창작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록문화제와 우리주변을 살펴볼 때 염려스런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온갖 ‘문화’ 또는 ‘문화적인 것’의 범람 속에서 물질적 외화와 문화적 허세주의, 그리고 문화적 소비행위를 자주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상록문화제가 단순한 소비행위가 아닌 창조적 문화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지역주민 전체의 한마당 문화잔치로 거듭 발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