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새벽에 집을 나설일이 있는 사람에겐 환한 대낮에는 무심하게 지나쳐 버릴 이들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설 때가 있다. 신문을 돌리는 학생, 우유배달 아줌마, 큼지막한 성경가방을 들고 새벽예배를 드리러 가는 할머니, 쓰레기더미에 올라앉아 새벽공기를 깨뜨리며 ‘출발’을 외치는 청소부들.

가장 먼저 하루를 여는 이들에게서 성심성의껏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모습일지 문득 되새겨 보게 된다.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되고 나서 신경쓸 일이 많아진 건 주부들뿐만은 아니다. 거둬들인 쓰레기를 다시 종류별로 분리하고, 무단투기자를 가려내고, 종량제시대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커먼 비닐봉지에 담아낸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는다고 호통치는 전화를 받고... 환경미화원에게도 종량제는 ‘좋긴 하지만 당장은 골치아픈’제도이다.

당진읍 환경미화반장 김기석(58세)씨. 365일 일이 끊이지 않는 미화원 생활이 올해로 8년째다. 웬만한 일이면 이력이 날 때도 되었건만 늘어나는 쓰레기에 늘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먼지나는 연탄재가 거의 없어 한바퀴돌면 컬컬해지던 목청을 제대로 간수할 수 있게 됐다.

산전수전 다 겪고 쉰줄에 들어서 이 일을 시작했어도 처음엔 마음고생이 심했었다. 아는 사람을 만날까 두려웠고, 자식들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명절이다 생일날이다 해서 하루라도 거르고 나면 다음날 곱으로 쌓여있는 쓰레기가 마음보다 더 무거웠다.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 출구가 보이지 않던 생활을 쳇바퀴 돌듯 하다보니 어느덧 정년을 눈앞에 두게된 것이다.

김씨가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시간은 새벽 2시. 한적한 외곽을 돌 때는 좀 늦게 시작해도 되지만 읍내를 맡는 날은 동이 트기전에 일을 끝내야 한다. 날 밝고 교통이 막히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낮에는 국도변 청소를 나가고 무단투기자를 적발하기위해 쓰레기를 뒤적거리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더군다나 요즘엔 사람들이 꾀가 생겨 증거될만한 것들은 죄다 찢어 내버리기 때문에 번번이 실패하곤 한다. 헛점을 이용해 빠져나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는 한 종량제 정착은 먼 얘기라고 김씨는 꼬집는다.

비록 자신은 내후년이면 어려웠던 이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되지만 김씨는 함께 고생해온 동료들 걱정에 개인적 바램보다는 건의사항을 쏟아놓는다.

‘쓰레기 차량을 좀더 큰 걸로 구입해 한번에 수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쓰레기는 늘어나는데 미화원수는 몇년전부터 그대로다’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산재보험이 되게 해달라’등등.

벌써 수년째 미뤄져왔던 환경미화원들의 숙원이란다.

/이명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