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봄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겨울을 맞이한다. 그래서 겨울은 또 다른 생명을 준비하는 희망이다. 겨울이 지나고 다음해 봄이 오면 류수열 할머니의 가슴에도 봄이 올까?

당진읍 읍내리의 가파른 언덕과 계단을 지나 만난 90세 류수열 할머니는 올 겨울도 추위와 빈곤을 체념하고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

류 할머니는 19살 때 시집을 갔으나 아이를 못낳아 남편이 후처를 들여 자식을 셋 보았다. 그중 둘은 병으로 죽고 남편은 한국전쟁 때 먼저 세상을 떴다. 그러자 후처와 그의 하나 남은 자식이 할머니의 재산을 빼앗고 내쫓아 37세 때부터 혼자 살았다고 할머니는 말한다.

젊어서는 호적상에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제외되어 경제적 문제 때문에 예산의 동생 집에서 기거했다는데 그것도 어려워져 3년 전부터는 이곳에 와서 살게 되었다. 다행히 동네사람들이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군에 이야기해서 생활보호는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류 할머니는 당뇨병에 관절염까지 있어 밖에는 거의 나가지 않는다. 보건소에서 한달에 3~4회 방문치료를 해주는데 혈육보다도 고마운 분들이라고 하신다.

요즘 할머니는 집문제로 걱정이 크다. 다행히 마음좋은 집주인을 만나 세를 몇 달에 한번씩 주는데 집앞으로 길이 날 예정이어서 집이 헐리게 됐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위에서 복지시설에 들어가라고 하지만 혼자 살아온 습관 때문에 사람들과의 적응에 자신이 없는지 “만사가 귀찮어 얼릉 죽어야지…”하신다.

전에는 자원봉사자라도 와서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끊겨 혼자 밥 해먹기도 힘들다는 할머니는 밤에 잘 때가 가장 서럽고 무섭다고 한다. 텔레비젼과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유일한 친구라는 류 할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반가웠는지 “샥시 또 놀러올거지?”하며 기자의 소매를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최현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