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솔숲
김태숙
풀하나 돋지 않은 동산 비탈에
소나무 아직 즐비한 걸 보면
우리네 20대가 저랬던가 싶다
언제나 첫발이기를 비탈에 서서
싱싱한 반란처럼 혹은 독풀처럼
첫번째 소나무도 아마 발내렸을 것이다
우와아 함성속에 빈들을 채우며
30대의 숲은 이루었을 것이다
윗가지 솔잎 무성한 아래
벗은 종아리 나란한 걸 보면
우리네 20대가 또한 저랬던가 싶다
얼키듯 설키듯 쓰러질 듯 솟을 듯
바람 한점에도 맨살 붉히며
고집같은 오기같은 미움같은 사랑같은
땡땡하게 야윈 저 종아리들을 보면
저마다 외나무다리 건넌
아슬아슬한 사연
숲에 이르기전 우리들
20대가 그랬다
이젠 빗물 하나 그냥 못흐르는
30대의 무성한 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