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의 사이
-휴일, 빨래를 개면서
김태숙
밤의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온
경건한 하루가
또 단두대에 목을 내밀었다.
벌써 몇날째인가
10년을 하루같이 목매달아도
다시금 살아나는 아침, 또다시 죽기 위해
밤에 가는 여행은 늘
거기까지 뿐.
아침은 우리에게
또 일어나라 하고, 잠들기 위해
밥먹으라 하고, 배설하기 위해
또 빨래하라 한다, 더립히기 위해
질긴 것은
6년째 버틴 바지 고무줄만이 아니다.
그것은 어느날 늘어져 다신
주름끼리 만나지 못하겠지만
단지 하루를 더 살기 위한
인류의 처절한 전쟁이여.
20세기를 세기별로 나누어 접어도
마른 수건처럼 꼭꼭 접히는
뜻없는 대물림.
우주로 가는 문을 알지 못한 채 우리는
다만 부식됨을 향해 행군하는
지구표면의 바쁜 철의 병사들.
당신들은 모두 당신들의 이방인.
악세사리 삼아 틀어놓은 첼로의 현 속으로
차라리 저 무겁게 가라앉는 저음의 암시 속으로
오늘 들어가고 싶다.
그곳에 20세기 전부터 쌓인
먼지 속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