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건설을 위한 기반공사로 산 허리가 파헤쳐진 순성면 성북1리 야산. 싼 땅을 찾아 기업이 임야로 몰리면서 산림훼손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 공장건설을 위한 기반공사로 산 허리가 파헤쳐진 순성면 성북1리 야산. 싼 땅을 찾아 기업이 임야로 몰리면서 산림훼손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성북1리 주민들,  “산 정상에 웬 공장?”

평생을 바라봤던 산 속 나무가 하루아침에 베어지고 난데없이 공장이 들어선다. 최근 순성면 성북1리 주민들이 당혹스런 일을 겪고 있다.

돗자리(일명 다다미)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하는 대일기업(대표 권평)과 일반 제재목을 가공하는 대일산업(대표 김순희)이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공장승인을 당진군에 요청한 것이다. 6월15일로 신청이 받아들여져 기반공사가 시작되면서 산 정상부분 바로 밑까지 파헤쳐졌다. 이를 지켜보는 인근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나무를 베어 내길래 묘 자리로 쓰는 줄 알았다”면서 “공장이 들어서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업자들이 피해보는 것은 원치 않지만 멀쩡한 산이 깎이고 황폐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특히 이 지역은 아미산 줄기의 끝부분으로 보호가치가 있는 지역인데 산지전용 허가가 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급기야 이 마을 주민들은 지난달 11일 당진군 및 군의회 등에 공장건설 허가의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청원서에서 주민들은 수 십 년 자란 각종 수목을 베어내고 자연미관을 해치면서 산꼭대기에 공장을 건립한 것은 무지한 처사이고, 논밭을 일구면서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리는 것을 위안삼아 살아온 마을에 소음 등을 유발하는 제재소를 허가한 처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 기회에 아미산을 중심으로 산골 청정지역을 지정하는 조례를 만들어 줄 것 등을 건의 했다.

산림훼손은 안타깝지만 수출도 중요

이와 관련해 대일산업의 김순희 대표는 “세부사항은 목재로 했지만 다다미의 원료로 쓰이는 목재(볏짚)의 일부만을 가공할 것이므로 소음이나 먼지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정도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장건설시 산림훼손을 줄이기 위해 허가면적을 줄여서 재측량했고 향후 조경에도 많은 비용을 할애해 훼손된 산림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일기업의 권평 대표는 “허가는 6월15일 났지만 측량사 계약 등 해야 할 일이 많아 주민들에게 미리 알리지 못하고 10월경에 부녀회와 이장을 만났다”며 “변동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산 개발과 관련해 두 대표는 심적으로는 마음 아프게 생각하지만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도 중요하고 또 주민들에게도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산으로 몰리는 이유

성북1리와 같은 상황은 다른 마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설령 공장입주와 관련해 분쟁이 없는 지역이라 할지라도 공장입주에 따른 산림훼손을 지켜보는 주민들의 심정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최근 당진군에 기업을 세우고자 입주를 신청한 공장은 2004년에만 35개사로 이들 가운데 20개사가 임야에 공장을 건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공장 중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대부분이 전용허가가 쉽고 지가가 낮은 임야에 입주한 것으로 나타나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공장들이 산지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산림축산과 김기만 팀장은 “관내 입주신청을 하는 기업 중 80% 정도는 임야에 입주신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공장들이 산(임야)으로 몰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장을 세우려고 농지를 전용할 경우 전용 조건이 까다롭고 전용에 따른 개발 부담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둘째 조성된 산업단지나 농공단지의 경우, 지가가 높고 농지 역시 대부분이 임야보다 값이 비싸다. 이와 함께 일부 공장들은 주민 마찰을 피해 주민과의 접촉이 덜한 곳을 선호하다 보니 임야지역으로 공장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지역 산림 곳곳이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 기업유치를 위한 행정기관의 규제완화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각 자치단체별로 기업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다보니 산림훼손 등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관련부서인 환경관리과와 산림축산과에서는 단지 의견제시만 할 뿐 단속권이나 반대할 수 있는 힘이 사실상 없다.

공장허가가 승인된 대일기업(산업)에 대해 환경관리과는 “도로와 인접하고 있는 산지의 정상·중앙부분을 개발하는 계획은 경관적인 악영향이 크므로 그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개발계획으로의 변경이 요구되며 과도한 토지의 형질변경을 최소화하고 당진천 발원지역으로의 토지유출에 대한 완벽한 방지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우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또 변경됐는지에 대한 ‘확인’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한 타당성 등은 검증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훼손을 기정사실화 한 상태에서 사후관리에 치중하는 것이다.

산림 난개발 막을 대안 찾아야

현재 산림의 난개발을 막기 위한 법안은 산지관리법에 명시돼 있다. 이 법을 쉽게 설명하면 인접지가 3만평방미터 인 경우 반경 500미터 이내에는 공장허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만으로 지역의 산림을 보호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 역시 산이 훼손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는 승인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따라서 산지전용 개발 부담금(평당 1800원)을 높이거나, 관계부서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승인부서에서 사업자에게 충분한 요구를 하고 승인 후 나타날 수 있는 효과에 대해 미리 분석해 승인여부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사전환경성 검토과정에 있어 이름뿐인 환경성 검토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공익적 입장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 역시 관계부서의 인력이나 권한부족 등 문제점이 있어 임야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의 방지를 위한 허가 기관의 엄격한 판단과 군민들의 관심 그리고 대안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