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소각현장에서 단속 공무원이 소각흔적을 살펴보고 있다.
▲ 불법소각현장에서 단속 공무원이 소각흔적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종량제가 비교적 잘 정착되는 것을 지켜본 일본은 이와 같은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이 제도를 시도했었지만 우리나라만큼 성공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처럼 발생한 쓰레기를 비용을 들여 처리한다는 상식이 잘 통하지 않았던 시절도 분명 있었다.

이제 쓰레기 종량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생각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불법 소각처리 등 개선할 점도 분명 남아있다. 집계되고 있지는 않지만 농촌지역에서 쓰레기가 불법 소각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도시와 달리 농촌지역에서는 농번기를 전후해 소각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런 의식 없이 불법소각을 하는 경우가 많고, 태우지 말아야 할 것도 태움으로써 잠재적인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 양과 태우는 물질에 따라 오염의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발생한 오염물질의 대부분은 인근을 오염시키고 우리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10월 27일 점심 무렵 불법소각행위에 대한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사건현장이 전화를 받았던 위치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서 현장 확인을 결심하고 현장을 찾았다. 공장건물을 포함해 축구장 절반만한 부지 위에 옷가지들이 널려 있었고 한쪽에서는 불길이 솟아올랐다. 현장의 인부들은 주변에 쌓여있는 옷 찌꺼기(보온덮개용 재료)를 불에 던져 넣고 있었다. 현장을 확인 한 기자는 이곳에서 왜 소각행위를 하는지 직접 물어보려고 하다가 마찰을 우려해 군청 환경보호과로 연락, 불법소각행위에 대해 신고했다. 신고시간은 바로 오후 1시34분.

불법행위가 벌어지는 있는 광천리의 공장으로 들어가는 도로 입구에서 군 담당자를 기다린 시간은 약 42분.

오후 2시16분이 되자 군청 환경관리과 직원 두 사람이 승용차를 타고 도착했다. 김응렬 주사와 이선호씨였다.

기자는 앞서서 현장으로 향했다. 혹시 불미스런 마찰이 있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과 같은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차량 두 대가 공장부지로 들어가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관계자들은 술렁거렸다. 담당공무원이 차에서 내려 단속을 시작하자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주인 이모(서울거주)씨는 애써 태연한 척 아무 문제없다는 듯 담당공무원의 질문에 웃으면서 답했다.

1차적인 기본조사가 끝난 후 현장조사가 실시됐다. 태운 물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재활용업에 대한 허가는 나 있는 상황인지, 소각 후 인근에 매립한 흔적은 있는지, 또 부지에 가득 쌓여있는 섬유 물질이 신고된 물질인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담당공무원은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허가와 관련한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군청의 또 다른 직원과 전화상으로 몇 차례 통화했고 조사는 50여분 가량 계속됐다.

조사가 끝난 후 기자에게 설명하기를 “공장 폐업 후 남은 보온덮개 제작용 재료를 자연 건조하는 과정에서 목재를 중심으로 소각행위를 했고 주변의 옷 찌꺼기 일부가 소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보온 덮개용 재료로 쓰이는 옷 찌꺼기가 들어온 경위와 관련해서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공장운영 당시 들어온 재료여서 하자는 없어 보이며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공장 뒤편에 있는 두대의 소각시설”이라고 김응렬 주사는 말했다.

이어서 “날씨 상태와 흔적 등을 고려해봤을 때 업자가 얘기하는 것처럼 재료를 자연 건조하기 위해 일하던 중 추위를 없애려고 옷가지를 태운 것으로 보이며 인근에 소각 후 처리된 물질이 없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김 주사는 이런 경우 불법소각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넘어갈 수 있지만 공장 뒤편에 있는 소각시설에 대해서는 묵과할 수 없다면서 현장 확인이 이뤄진 만큼 과태료 처분은 불가피 하다고 설명했다.

업자는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과태료 처분을 면하게 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담당공무원은 30일 중으로 군청에 들어와 위반 확인서를 작성해줄 것을 통보했다. 날짜에 출석할 수 없다고 하자 담당공무원은 그 자리에서 확인서를 써 줄 것을 요구했고 결국 통보날짜에 출석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동행취재에서 기자는 크게 두 가지 안타까운 점을 느꼈다. 이번 불법 소각 건은 영리를 목적으로 대량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가정했을 때 인부를 포함한 업주의 환경에 대한 확고한 의식만 있었어도 태우지 말아야 할 것을 태움으로써 과태료 처분을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업주의 말대로 어려운 상황에서 짐이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아무리 환경의식이 있는 주민들도 단속이 허술하거나 빈틈이 있을 때는 행위를 자제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불법소각에 대한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때로는 강력한 지도 단속으로 불법소각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군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12개 읍면의 불법소각 행위를 담당하는 담당공무원은 한 사람이고(담당자는 서로 도와서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 마저 제주도 출장 중이었다.

또 예상시간보다 최소 20여분 늦어졌으며 공장주변만을 조사하는데 머무르는 현장조사도 아쉬웠다.

소각이 이뤄진 주변으로 푸른 가을 하늘아래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과수원이 펼쳐져 있었다. 사과는 탐스러워 보였지만 소각으로 발생한 오염물질을 사과나무가 흡수해 과실마저 오염됐을 것이란 생각에 사과에 대한 좋은 기억은 곧 사라졌다.

담당 공무원은 업주에게 소각을 중지할 것과 재를 수거해 처리업체에 위탁할 것, 공장 뒤편의 쓰레기 소각시설을 폐기할 것. 그리고 현장을 조속히 정리할 것을 지시하고 단속을 마무리했다.

4시간에 가까운 동행취재는 끝났다. 자연도 버리고, 돈도 버리고, 담당공무원은 시간에 쫓기고 그 어느 누구도 기분 좋지 않았던 이 시간을 통해 ‘역시 불법소각은 안된다’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계절임을 감안할 때 다소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불법소각에 대한 지도와 단속 그리고 주민들의 의식변화가 요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