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의 진수를 보여주마” 결승전에 진출한 이상준(왼쪽)·이윤기 선수. 어지간한 손놀림으로는 이 두 강자를 이길 수 없다. 치열한 접전 끝에 ‘GG’를 선언한 이상준 학생. 우승은 이윤수 학생의 차지가 됐다.
▲ “스타의 진수를 보여주마” 결승전에 진출한 이상준(왼쪽)·이윤기 선수. 어지간한 손놀림으로는 이 두 강자를 이길 수 없다. 치열한 접전 끝에 ‘GG’를 선언한 이상준 학생. 우승은 이윤수 학생의 차지가 됐다.

지난 26일 합덕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작지만 의미있는 대회가 열렸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대회가 그것이었다.

이날 대회의 종목은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 설령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이 게임은 ‘국민게임’이 된지 오래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진 이날 대회는 처음부터 ‘접전’이었다. 대진표를 잘 뽑기 위한 접전. 학생들 모두 같은 학교에서 와서인지 누가 실력이 뛰어난지 아는 듯 한숨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드디어 경기 시작. 경기에 몰입하는 아이들은 진지했다. 헤드셋을 낀 채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되고 손과 마우스만 움직인다.

동시에 4경기가 벌어져서 관전자들도 어느 곳을 봐야는지 모른다.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수록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잠시 눈을 뗐다가 다시 보면 상황이 반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병력이 맞붙고, 치열한 물량전이 전개되면 단순한 게임을 넘어선 ‘전쟁’이 된다. 그 전쟁 와중에도 빛나는 것은 역시 미세한 ‘컨트롤’ 능력이다. 고수와 초보의 차이가 이 부분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고수는 적은 병력으로 컨트롤을 이용해 상대의 많은 병력을 이긴다.

그 다음 드러나는 차이는 역시 경험. 많은 경기경험을 가진 고수는 상대의 허를 찔러 한번에 승부를 결정짓거나 불리한 상황을 뒤집는다. 16강, 8강.. 올라갈수록 경험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위로 올라갈수록 실력은 상향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그마한 실수는 곧 패배로 이어진다. 최강자로 지목되던 테란유저도 ‘GG'. 남은 것은 우승을 다툴 두 사람뿐.

아이들 이야기

게임은 친구들과의 의사소통 역할

게임산업은 스타크래프트의 성공 이후 우리나라의 IT산업의 발전과 맞물려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이제 우리나라의 게임시장 규모는 세계에서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은 아직도 존재한다. 공부는 하지 않고 게임만 한다는 둥, 쓸데없는 데 돈을 쓴다는 둥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게임을 단순한 놀이로만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주종족이 테란이라는 박승호 학생(서야고2)은 경기중인 친구 김기현 학생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친한 친구인 듯 응원보다는 놀림에 가까워 보인다. 박승호 학생이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재미있어서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친구들이랑 같이 스타를 하면 훨씬 재밌어서라고 한다.

이날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었지만 아깝게 4강에서 탈락한 김용훈 학생(서야고3). 김군은 스타크래프트가 우리나라에 모습을 드러낸 초기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즐겨온 스타매니아다. 이날 대회에 사용된 맵을 직접 세팅하기도 한 김군은 테란유저로 저그를 상대로는 90% 이상의 승률을 자랑하지만 프로토스만 만나면 약해진다고 한다.

김군이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게임과 달리 여러 가지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대에 따라, 맵에 따라, 위치에 따라, 종족에 따라, 상황에 따라 플레이가 달라지고 새로운 전략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학년 때 밤새 게임을 하고 학교에서 자는 일이 잦아 부모님 속을 썩히기도 했던 김군은 고3때 게임을 잠시 접고 공부에 몰두해 대학합격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이날 대회에서 우승한 이윤기 학생(서야고3)은 스타의 매력에 대해 “창의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만들어낸 전략 ‘독수리 5형제’(테란 공중유닛인 ‘레이스’ 5기로 상대 일꾼을 한번에 한 마리씩 잡는 전략)와 ‘8용신전설’(머린 8명으로 초반에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을 자랑하느라 바쁘다.

전에는 학교 친구들과 자주 게임방에 가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집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이군은 게임을 통해 친구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재미를 즐기고 있었다.

결승전 이야기

초반의 불리함을 기습적인 역습으로 전세 뒤집어

결승전에 올라온 두 사람은 이윤기 학생과 이상준 학생이다. 서야고등학교 3학년 동기인 두 사람은 배틀넷에서도 같은 클랜(길드) 소속이면서 맞상대 경기를 치른 경험이 많아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이날 대회의 공식 맵은 이른바 ‘국민맵’으로 불리는 ‘로스트템플’(이하 로템).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는 맵이고, 수많은 전략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전설의 맵.

‘테란’이 주종족인 이윤기 학생은 2시 지역이 스타팅 포인트였다. ‘프로토스’를 선택한 이상준 학생은 12시 지역에서 시작했다.

선제공격은 이상준 학생. 테란진영에 정찰을 온 이상준 학생의 프로브가 기습적인 ‘가스러시’를 감행했다. 상대편의 가스채취구에 재빨리 자기 편 건물을 소환해 가스 채취를 방해하는 전략이다.

이윤기 학생도 ‘SCV’를 동원해 건물을 부수지만 부숴지기 직전 소환을 취소하고, 다시 짓는 등 계속되는 방해에 이윤기 학생의 표정에는 당황함이 역력했다. 가스채취를 빨리 시작해야 프로토스에 대항할 수 있기 때문.

가스러시에 당황하는 사이 이상준 학생의 소수의 병력이 밀고 왔으나 이윤기 학생이 가스채취 대신 ‘머린’을 다수 생산해 놓은 것을 보고 황급히 후퇴했다. 이에 승기를 잡은 이윤기 학생은 이른바 ‘치즈러시’라고 불리는 SCV+머린 러시를 감행했다. 테란이라는 점 때문에 빠르게 ‘테크트리’를 올렸던 이상준 학생, 병력이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다수의 프로브를 동원해서야 간신히 막아냈으나 이미 기선을 제압당한 상태였다. 치즈러시로 상대에 상당한 타격을 입힌 이윤기 학생은 테크트리를 올리면서 ‘스파이더 마인’을 장착한 ‘벌처’로 상대 입구와 확장지역 견제에 들어갔다.

이상준 학생도 만만치 않았다. 빠른 테크트리를 이용해 기습적으로 보이지 않는 유닛인 ‘다크템플러’를 생산해 테란의 본진으로 숨어들려고 했으나 심어져 있던 스파이더 마인에 발각돼 안타깝게 폭사. 경기 반전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윤기 학생은 테란의 특기인 ‘조이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시즈탱크’와 ‘벌처’ 그리고 ‘미사일 터렛’을 이용한 압박으로 결국 상대의 ‘GG'를 받아냈다.

이 경기의 전환점은 역시 불리한 상황을 한번에 역전시킨 이윤기 학생의 ‘치즈러시’. 상대가 소수의 병력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SCV를 동원해 공격을 감행한 과감성과 상대의 전략에 맞춘 타이밍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자리’였다는 후문이다.

■ 소속길드:제피르 길드(U.S. West 서버에서 활동중. 길드원 3천여명)

■ 카페주소 : http://cafe.daum.net/gozephyr

[용어설명]

-스타크래프트:미국의 게임회사 ‘블리자드’에서 만든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은 같은 조건에서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세 종족 중 하나를 택해 경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원을 캐서 자원으로 건물을 짓고 병력을 뽑아 상대방의 건물을 모두 파괴하면 게임이 끝나지만 게임 도중 상대방이 게임에서 퇴장해도 승리한다. 세 종족은 우주를 개척하는 인간족 ‘테란’, 높은 문명을 가진 외계종족 ‘프로토스’, 외계의 하등종족으로 구성된 ‘저그’. 이 세 종족은 각각 특징이 있고 각 종족마다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다.

길드:중세 상인과 수공업자들의 모임에 파생된 단어로 게이머들의 동아리와 비슷한 개념.

쪾스파이더 마인:테란의 벌처가 사용하는 지뢰. 상대 유닛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폭발한다.

테란:가장 기본적인 유닛은 ‘머린’이다. 총을 사용하는 해병대이며, 체력이 약하지만 간호사인 ‘메딕’이 같이 있으면 더욱 강력해진다.

프로토스:가장 기본적인 유닛은 ‘질럿’ 인간형 외계 전사인 질럿은 강한 공격력과 체력을 갖고 있다.

저그:이른바 개떼라고 불리는 ‘저글링’이 기본적인 유닛. 종족의 특성상 한번에 다수의 유닛을 생산할 수 있다.

GG:Good Game의 약자. 상대에게 기권을 선언하는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