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山經)에 가서 놀다

이 숲속에 얼굴 붉은 짐승이 살고 있어

그를 모든 짐승의 왕이라 칭했다

그가 한번 울부짖으면

여우의 머리가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했다

그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는 그를 구경하기 위하여

숲 입구에서 벌써 백리나 뒤쫓아왔다

돌아보자니 숲은 장엄했다

수만 근 무게의 구리 기둥 같은

아름드리 나무가 여기저기 쓰러져 누워 있고

한꺼번에 수백 명의 밥을 지어 먹이던

녹슨 쇠솥이 언덕에 뒹굴고 있었다

우리는 이리저리 숲속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쉬이 만날 수 없는 법,

긍휼한 우리들 중 몇몇은 숲 그늘에 앉아

춤추고 노래하고 이끼 낀 누대에

앉아 잠든 돌사자를 어루만지기도 하였다

동백아,

이제 그만 나무에서 내려오려므나

꽃으로 돌아가자

송 찬 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 경북대 독문과 졸업

-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금호강」, 「변비」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등장

- 시집으로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