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 환경오염 심각, 광양 주민 만성기관지염 전국 평균 5배
INI스틸, 고로사업 진출 본격 검토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가 공장 정상가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면서 고로(용광로)사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환경적 영향과 대응 등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론화가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보철강을 공식 인수한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는 2005년 7월 연간 180만톤 규모의 A지구 열연공장 정상화, 2006년 8월 연간 200만톤 규모의 B지구 열연공장 및 연간 200만톤 규모의 냉연공장 정상가동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의 경영진은 지난해 10월21일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의 고로사업 진출 발언 이후 사업시기와 위치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INI스틸에서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INI스틸의 홍보 담당자는 “용광로 사업과 관련해 위치와 시기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그 이상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길 꺼려했다.
고로사업 진출, 쇳물에서 자동차 강판까지
고로사업 진출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기초공정에서부터 열연, 냉연을 거쳐 자동차 강판에 이르기까지 일관 공정체계를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국내 유일의 일관 제철소였던 포스코의 독점체제가 무너지면서 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고로방식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는 전기로에 비해 고품질의 다양한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INI스틸이 300만톤 규모의 고로를 신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투자비를 최소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이에 필요한 기반시설로 최소 20만톤 규모의 원료용 부두와 수출용 부두를 동시에 건설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고로사업 본격 진출의 시기에 대해 업계에서는 당진공장의 정상화가 본궤도에 오른 후에나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빨라야 2~3년 후에나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만톤급 항만시설 확보로 당진공장 유력
구체적인 위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편이다.
우선 국내인가, 해외(중국·동남아 등)인가, 그리고 국내라면 당진공장인가, 타 지역(인천·포항 등)인가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의 경우 국내공장을 선호하고 있고 일부 실무자들의 경우 환경문제와 기업경쟁력 등을 이유로 내심 해외진출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일 경우 당진공장에 건설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20만톤 규모의 항만시설이 필요한데 인천공장의 경우 5만톤 선박밖에는 수용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 북항이 개발되고 있으나 계획된 대부분의 항만이 5만톤급 미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당진공장의 경우 B지구에 20만톤급 항만 1개 선석의 건설이 계획돼 있기 때문에 충분한 입지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당진공장이 입지로 결정될 경우 현재 코렉스 시설 철거로 확보된 면적에다 부근 성구미 쪽의 매립 중단지역을 재매립하고 인접 토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진공장 B지구에 위치한 코렉스 설비는 철강 제조설비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월 한보철강이 부도처리되면서 공정률 50%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성구미 쪽의 매립 중단지역은 당초 공장용지 추가 확보와 B지구에 예정된 3만톤급, 5만톤급, 10만톤급, 20만톤급 부두 등 모두 4개 선석의 항만건설을 목적으로 매립이 추진됐으나 역시 한보철강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에 반해 당진군은 INI스틸 당진공장 앞의 도로 건너편을 고로 건설을 위한 적지로 꼽고 있다.
그러나 B지구의 항만에서 철광석과 코크스 등의 원료를 가공해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해 기존 열연공장이나 냉연강판 라인으로 운반해야 하는 공정의 특성상 도로 건너편에 고로가 건설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고로제철소 가동 광양시, 오존 오염도 서울의 두 배
INI스틸의 고로사업 진출에 대한 논의가 회사 내부적으로 진행되면서 가장 먼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고로를 사용하는 철강업체는 포스코가 유일하다.
지금까지 포스코는 대대적인 언론홍보를 통해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왔으나 지난해 9월 제철소 공해의 위해성에 대한 조사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1㎞ 반경에 거주하고 있는 태인동 주민들의 건강실태 조사 및 환경위해요인 평가보고서(연구책임자 백도명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광양 주민 2명 중 1명이 만성기관지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전국 평균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이고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만성기관지염 유병률이 전국대비 크게는 50배까지 높았다.
보고서는 광양제철소가 가동된 이후 태인동에 오래 거주한 사람일수록 기관지 폐색(1초동안 뱉을 수 있는 숨의 양)이 짙다며 원인을 제철소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로 지목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광양은 오존오염이 높아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시 오존오염도 0.014ppm의 2배 수준인 0.028ppm의 오염오존도를 보이고 있으며 2002년에는 전국 29개 도시 중 산성비 농도 pH4.6으로 전국 1위을 기록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연간 황산화물 배출량은 광양시 전체의 90.6%,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광양시 전체의 86.6%를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 파이넥스 공법개발로 오염물질 1/10 저감
얼마전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오염물질 배출을 1/10 이하로 줄이고 생산비용을 10~2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파이넥스(FINEX)’ 공법을 개발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시장의 판도를 바꿀만한 이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1992년부터 10여년 동안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향후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에 단계적으로 이 공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INI스틸, 쇳물생산 구상단계로 고로 사용 불가피
그러나 INI스틸의 경우 철광석을 원료로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에 있어서 아직 구상단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고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INI스틸이 실제로 고로설비를 갖춰 운영에 들어갈 경우 막대한 환경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로는 전기로에 비해 오염물질 농도는 낮지만 워낙 규모가 커서 배출총량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높다. 현재 INI스틸의 경영진에서는 위치와 시기 등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연 주민들이 고로설비 건설을 받아들일지, 그리고 정부가 허가해 줄 지에 대해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고로설비 도입은 시대흐름 역행”
반면 INI스틸의 고로사업 진출방침에 대해 지역의 환경단체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의 김병빈 사무국장은 “포스코도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 파이넥스 공법을 도입하고 있다”며 “INI스틸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고로 설비를 갖추겠다는 것은 지역주민과 함께 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며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INI스틸 노조의 한 관계자도 “포항 영산강 둔치 철강단지의 경우 고로설비로 인한 공해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고로설비에 의한 막대한 환경피해 때문에 INI스틸의 일부 경영진은 중국이나 동남아에 설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시민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대다수 주민들은 고로사업이 지역경제와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