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팔자와 인연 깊은 ‘충북 알프스’

충북내륙을 장대하게 뻗어나간 백두대간은 그 중앙에 천혜의 절경을 탄생시키니 충북제일의 명산 속리산(俗離山 1058m)이다. 누구라도 이속케 한다는 이산은 중앙에 문장대를 중심으로 동릉인 천황봉, 비로봉, 걸상봉, 문수봉, 보현봉이 위치하고 서북릉으로 관음봉, 묘봉, 상학봉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여덟 개의 봉우리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솟아 있으니 충북알프스라 부르며 비교적 험준한 외형을 보이나 그 깊이가 더할수록 오묘한 경관의 등산로는 1970년에 국립공원 6호로 지정된 표고차이가 비교적 심한 산이다. 또한 여덟팔자와 인연이 깊으며 광명산, 지명산을 비롯하여 옛 이름만도 여덟 개에 달하며 ‘팔’ 석문과 문장대, 입석대, 경엽대를 비롯하여 여덟 개의 대가 있다. 천황봉을 시작으로 낙동강, 금강, 남한강으로 흐르는 삼 파수의 발원지기도 하다.

장암리을 시작으로 문장대에 올라서니 약하게 날리던 눈이 하얀 연 백색으로 온산을 덧칠한다. 이것이 백설의 나라 설국인 듯하며 산발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흰눈가루를 뿌리니 겨울이 품안에 드는 듯하다. 낙엽 진 가지에 백설이 찾아드니 활짝 핀 이화를 바라보는 소박한 아이의 눈동자처럼 어느새 백색미학의 경관에 넋을 잃는다.

세조와 월광대사의 전설을 간직한 속리산의 상징물인 문장대에 올라서니 세찬 바람이 두 볼을 아리듯 스쳐가고 세차게 몰아친 바람은 온몸을 휘감으니 날리는 눈보라 속에 천황봉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베일에 가려진 신비의 등산로 속리산 서북능선 초입은 문장대 표지석 부근 경사길이 초입이며 낙엽 덮인 등산로는 빙판을 이룬다. 인적이 드문 경사 길을 100m가량 내려서니 산은 사방이 첩첩하며 하얀 비단필 펼쳐놓은 듯한 등산로는 고산의 정적이 감도는 심오한 정감이 느껴진다.

문장대와 관음봉을 1시간 거리에 두고 꽃길을 걷는 듯한 눈길을 헤쳐나가니 눈꽃가루는 온몸을 파고들며 능선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소곡이 쌓인 눈 때문에 식별이 어려워진다. 가슴까지 차 오르는 산죽은 온 산에 만연하니 산죽은 억새 흔들리는 듯 바람 따라 흔들리고 파도가 밀려오는 듯 파장을 이루니 새찬 술 서너 잔에 취하는 듯 하다.

산죽이 산전산죽을 이루는 등산로는 세 갈래 안부에 이르러 어려움을 맞이한다. 우측 길을 향하다 10m 지점에서 다시 좌측 바윗길을 따라 오르니 관음봉을 향하는 초입이다. 거대한 바위가 군락을 이루는 암봉지며 문장대에서 바라볼 때 아주 예리하게 솟아오른 서북능선의 맹주 관음봉에서 동으로 문장대를 바라보니 나뭇가지에 피어난 눈꽃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니 산은 해 맑은 은빛바다요 어찌 보면 금빛바다를 이룬다.

바위가 겹겹이 군락을 이루는 사이로 교묘하게 빠져나오고 바위 틈새사이사이로 내려와 모래 깔린 등산로를 따라 산등으로 올라서니 길이 희미하게 사라져 암벽을 바라보니 암벽이 등산로다. 로프를 타고 암봉에 올라서 산허리를 돌아가다 경사길로 내려서니 5m 급경사 빙벽암반과 한 사람 설 수 있는 공간을 두고 또다시 6m의 얼음 덮인 암벽 1·2코스를 내려서니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빠른 걸음으로 길을 재촉하니 속사치에 이른다. 서북능선 종주는 약 8시간이 소요되며 속사치, 묘봉, 복가치에 비상탈출이 가능하다. 앞을 가로막는 높은 암봉의 지능선을 따라 올라서니 묘봉 정상이다. 사방으로 거침없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일망무제의 풍광이 펼쳐지며 동으로 제법 먼 거리를 두고 문장대가 보이고 남동으로 아스라이 천황봉 그리고 서북으로 상학연봉이 마치 화강암 성곽을 쌓아 놓은 듯 1㎞에 달하여 뻗어나간다.

묘봉의 서쪽사면을 따라 내려서니 12m의 암벽은 살얼음의 연속이며 암벽을 지나 상학봉과 810봉 갈림길 능선에 올라서니 낙엽이 소복이 쌓인 등산로는 포근함의 연속이다. 서북능은 진입로와 하산로가 험준하여 오지 아닌 오지의 정감이 느껴지는 길이다. 계절을 초월한 듯 푸른 이끼 낀 바위에는 석이버섯이 피어오르고 아름드리 고사목이 즐비하게 넘어진 길을 약 1시간 가량 걸어가니 산세가 범상치 않고 기암의 오묘함이 숲을 이루고 수려한 봉우리가 동서로 길게 뻗어 오지의 정취와 기암의 신비가 빼어난 절경의 산! 상학봉(上鶴奉, 834m)에 이른다.

10분 거리를 두고 남쪽은 신정리로 향하는 길이며 북쪽은 운흥리로 가는 길이다. 다시 바로 가면 매봉으로 향하고 상학봉과 매봉 중간에 속리산에서 제일 전망과 풍광이 좋은 마당바위에는 구부러진 소나무들이 고산의 운치를 더해준다. 상학봉에서 20분 거리를 두고 누군가가 정교하게 쌓아놓은 듯한 석문과 그 위 9m의 로프구간 그리고 바위 밑으로 기어 가야하는 동굴은 모두가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등산로며 상학봉을 따라 운흥리로 내려서면 병탑바위와 병풍바위, 전차바위, 제2의 문장대가 산재하여 있는 서북능이 동능보다 더 못할 바 없다는 곳이다. 그러나 굳이 안전만을 생각한다면 권하고 싶지 않은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