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중년(中年)
남연숙
본지 편집위원/ 방송작가
1892년
미서부로 향하는 긴 마차행렬이 보인다. 다음에는 ‘땅’하는 출발총성이 울리자 많은 사람들이 와아! 하고 말을 타고 서로 먼저 가려고 허허벌판을 달린다. 망망대해 같은 대평원에 넓직한 간격으로 꽂혀있는 깃발을 차지하는 사람이 그곳 땅주인이 된다. 조금이라도 비옥한 땅을 갖기 위해 사람들은 악을 쓰고 달린다.
아일랜드에서 온 가난한 탐 크루주는 드디어 가장 비옥한 땅을 어렵게스리 차지한다. 옆에는 지주의 딸이었던 아름다운 연인 니콜 키드만을 품에 안고서.
탐 크루주와 니콜 키드만 주연의 '머나먼 곳으로(Far away)' 영화 마지막 장면이다.
그렇게 미국은 동부에서 서부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며 손짓했다. 그곳은 잘만 하면 일확천금을 움켜쥘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벤처사업에 뛰어드는 현상을 미서부 개척시대의 대이동으로 비유한다. 인터넷을 모르거나 하다 못해 벤처기업 주식투자라도 하지 않으면 웬지 불안하고 뒤쳐지는 듯한 그런 심리적 현상이 언젠가부터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어린이나 젊은이들은 인터넷에 이미 자연스레 익숙해졌고 인생의 말년에 접어든 노년들은 이제와서 굳이 인터넷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문제는 바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 시대에 헉헉거리며 적응해야 하는 삼십대, 사십대, 오십대이다. 컴맹, 넷맹이란 소리를 듣기 싫어하지만 새삼스레 인터넷을 시작하기도 웬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사람들이 속해있는 세대이다.
유명한 삼십대 모 소설가는 아직도 육필로 소설을 쓰고 컴퓨터가 없단다. 자신이 필요한 정보는 책이나 다른 매스컴을 통해 구할 수 있어서 굳이 컴퓨터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넷에 빠져드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이 내재된 말이었다.
다른 모 작가는 컴퓨터 없는 자신은 생각할 수 없단다. 인터넷 없이 어떻게 글을 쓰며 무슨 재미로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아마도 머지않아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싫든 좋든 인터넷을 전화 쓰듯이 많은 사람들은 필수품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인터넷을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없나 하고 갈등하는 중년들의 숙제는 옛날옛적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인터넷 기업광고 중에 ‘인터넷은 당신이 직접 쇼핑하는 즐거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쇼핑하는 진정한 즐거움을 드리기 위함’이란 문구가 있다. 그렇다 인터넷이 사람들을 가만히 앉아 있게 하고 사이버 세상에서 모든 걸 해결해주는 로봇같은 소름 끼치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 인간생활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도구로써 존재한다면 더없이 고마운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웬지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찜찜한 거부감을 떨쳐버려도 좋을 것이다. 자고로 모든 학문과 기술은 진정한 인간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어야 함을 그 어느 때보다도 누누이 강조하고 또 확인하고 싶은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