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부양 등 자녀의 효도를 적극 권장하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효 지원책 마련을 강제한 효행장려법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을 위한 경로효친 사상이 단지 윤리적인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효행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법제화에 당위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고령화하고 개인주의화하면서 자녀의 노부모 부양 기피, 전통적인 효사상의 약화에 따른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효행의 법제화에 대해 우리의 미풍양속인 부모공경이 굳이 법으로까지 만들어야 하는 지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이같이 추진되는 배경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생활이 편리해지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으나 물질 만능주의의 팽배, 인간성 상실, 퇴폐풍조의 만연 등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문화적 황폐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보면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마구 저버리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명문대학을 나온 아들이 거액을 빚진 어머니와 공모하여 교수인 아버지를 죽여 달라며 심부름센터에 의뢰했다가 들통 난 사건을 비롯하여 유산문제로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 부양하기 싫다며 방치하는 일들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역사가인 랑케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것은 군사력도 아니고, 경제력도 아니요, 국토의 크기도 아니다. 그것은 곧 그 나라 국민의 도덕적 에너지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이러한 도덕적 에너지의 결핍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은 도덕적 에너지의 증강에 있으며, 이는 무엇보다 모든 윤리와 도덕의 기본이 되는 우리 전통의 ‘효’사상을 되살려야 한다고 본다. 역사를 살펴보면 각 시대마다 우리 전통도덕과 정신문화의 바탕이 된 종교 사상들이 있는데 ‘효’를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삼국시대 이래로 자비정신과 생명존중을 강조하여 우리 삶에 영향을 많이 준 불교에서는 <부모은중경>을 통해 부모의 10가지 은혜를 설명하면서 사람은 반드시 어버이 은공을 알아야 된다고 가르쳤다.
조선시대 나라의 중심사상으로 인륜을 중시하며 도덕생활의 기본이 되었던 유교는 좥논어좦 <위정(爲政)>편에서 “효하고 또 효하며 형제에 우애로운 것을 정사에 반영시키는 것이 바로 정치하는 것이다”라고 옛말을 인용하여 효가 정치의 근본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근대화에 큰 공헌을 한 기독교에서는 효는 아득한 옛날부터 하나님께서 주신 교훈, 곧 십계명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계명으로 가르쳐 왔다.
이와 같이 효는 우리 전통의 가치이며, 민족 전체를 묶을 수 있는 국가적인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효가 살아야 가정이 살고, 사회질서가 바로 서고, 경제도 발전하며, 국방이 튼튼해지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뿌리없는 나무가 없듯이 가족의 근원인 효사상을 지켜감으로써 이 나라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지도층들이 솔선수범하고 각급 교육기관이나 신문, 방송 등 여론매체들이 효 문화 선양에 더 앞장서야 한다. 주시청자 그룹인 신세대들이 기피한다는 이유로 드라마 등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역을 뺀다는 어처구니 없고 서글픈 현실은 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효사상과 효문화가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명실상부한 정신문화로 꽃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