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시들의 전설처럼 나는 이 세상에 소풍을 왔습니다.

그리고 아름답고 착한 당신을 만나 꿈 같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그 꿈에서 화들짝 깨어나 소풍 길에서 머쓱해져 돌아서는 나는 불 장난하다 들킨 아이가 된 마음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너무도 세상에 빠져서 이것저것 살펴볼 여유도 없이 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마음에 아픔을 남기고 이제야 정신을 차려보니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고 갈 시간이 없는 듯 조급함이 나의 길을 막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그저 마음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배려하지도 챙겨주지도 못한 나의 부족함이 가슴에서 슬픔이 됩니다. “이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내라고 느끼도록 사랑하겠다”라는 내 마음의 다짐이 당신에게 도달하지 못한 것은 나의 모자람 탓입니다. 나 혼자 만의 다짐일 뿐 당신에게는 슬픔으로만 남겨 놓은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나의 가슴에는 회한이 되어 회오리 칩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 있음에 행복하였습니다.

나는 당신 있음에 이 세상이 따뜻하였습니다.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아직도 남은 이 세상의 아름다움은 추억이 되어 한 솎음 한 솎음씩 뽑혀져 나옵니다. 가슴 깊이 접힌 당신에 대한 사랑이 이렇게 펼쳐져 나오면 당신을 채워주지 못한 모든 것은 아린 가슴의 회한일 뿐입니다.

지난 세월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데 남아있는 후회는 어떻게 하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이제는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오직 현재의 우리의 삶이 최선이 되도록 우리 함께 남아있는 순간을 살아갑시다.

나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합니다. 잦아져가는 육체의 고통을 그 신호로 느낍니다.

열심히 남은 시간을 아름다움으로 정리 하고자 합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을 만나 살수 있었던 행복 때문이라도 항상 미소 가득한 얼굴로 다가오는 삶의 마지막을 기쁨으로 맞으렵니다.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되어 사랑의 고백을 다시 못한다 할지라도 나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 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여전히 아내 김애숙 리디아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가 폐암 말기에 암세포가 뇌에 전이 되어 생존 가능성을 1개월로 선고 받았을 때 망연자실한 당신의 모습이 나의 가슴에 아픔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삶과 죽음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누리며 살아야 하는 한계입니다.

죽음과 삶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계절이 변하듯 단순한 모습의 변화일 뿐입니다.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단순한 변화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을 슬퍼할 것도 괴로워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가지는 슬픔과 괴로움은 어제의 나머지이거나 내일에서 빌려온 욕심입니다.

죽음이란 단지 인간의 우화(羽化)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루었던 사랑의 고백을 이렇게 마음의 글로서 한꺼번에 합니다.

당신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납니다. 좋은 향기가 납니다.

어머니에게서 나던 것처럼.

권건오

E-mail : fuoco@catholic.or.kr

말기 폐암으로 머리에도 퍼져서 1개월의 생존을 선고 받고 하루 하루를 이어 가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30년을 넘게 당진군 송악면 가학리 학래산방(鶴來山房) 에서 살다가 지금은 경기 안양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언제 떠날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