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야 100% 지각생!’이라고 말하는 세명의 여대생이 있다. 군내 3개 농협(순성·송산·대호지농협)에서 근무하는 유혜정·김응숙·남미현씨가 바로 그들인데 이들은 올 3월 한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늦깎이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지각하는 일이 자랑할 일은 분명 아니건만 이처럼 자신 있게 “매일 지각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각각의 목표를 위해 ‘일인 삼역’의 고행을 감수하면서 배움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사람 모두의 직장인 농협에서 근무가 끝나는 시간은 보통 6시. 이들 말대로 ‘난리 벙거지’를 떨고 와야 함께 모여 출발하는 장소(대철중학교, 운산면 소재)에 도착(오후 6시42분)할 수 있다. 수업시간이 오후 6시30분부터 10시20분까지니까 교통수단이 물리법칙을 초월하지 않는 한 지각은 피하기 어렵다.
늦깎이 대학생과 함께 한 등교길
이들과 동행한 6월13일 등교길... 들판이 황금빛일 때 시작했던 대학생활이 어느덧 푸른빛에 감싸 있다고 말하는 세 사람에게 첫 학기 마지막 등교길은 더없이 뜻 깊을 수 밖에 없다.
“황금빛 서산목장을 지날 때 시작했던 학교생활이었거든요. 어느덧 초록빛이 돼버렸어요. 이 길을 지날 때면 가슴이 뿌듯해지고 편안해져요.”
30분 동안 자동차를 달려 등교하기까지 이들의 주요 화제는 농협의 금융업무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사님’ 호칭 부담스러워 언니·오빠로 통일하기로
이들 세사람이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은 돈독한 인연 때문이다. 직장에서 만난 인연으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통하는 사이인데다 부녀과장으로 직책과 하는 일도 비슷하다. 또 아내이자 가정주부라는 것을 포함하면 이들은 참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세사람은 복지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서로 해본 일 중 좋은 일이거나 성과 있는 사업은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발전을 도모해왔다.
한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게 된 것도 김응숙 과장의 제안이 있었고 언제나 그랬듯 좋은 것을 함께 공유하는 마음이 ‘대학’이라는 선택을 하게 했다.
“처음엔 호칭 때문에 참 부담스러웠어요. ‘어르신’, ‘여사님’ 부르는데 부담스럽지 않았겠어요? 결국 ‘언니’, ‘오빠’로 통일하기로 했죠.”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들을 때 늦깎이 대학생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세 사람은 등교 마지막 날 한서대 교정에서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일인다역 힘들어, 주변도움 아주 큰 힘
함께 하기에 늦깎이 배움이 조금은 쉽게 느껴진다는 세사람. 하지만 나타나는 문제들이 있고 그 문제들은 세사람에게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기본적으로 집안일과 직장일을 학교공부와 병행해서 해야 한다. 아이들이 있는 남미현 과장은 학교가기 전 아이들 준비물을 챙기는 것에서부터 신경 쓸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엄마가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설거지를 도와주는데 가끔은 설거지거리를 수북하게 쌓아두고 무언의 시위도 한다. 이럴 때는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이해하면서 새벽 1시가 넘도록 즐겁게 설거지를 한다고...
다행히 세사람은 주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용기를 내 공부를 시작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 해주는 자녀들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엄마가 대학에 다니는 것에 아이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 같아요. 남편이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저보다는 시간이 자유로워 아이들을 많이 돌봐주기도 하구요(남미현).”
“제 경우는 아이들이 오히려 저를 챙겨줘요. 대학에 다니기 시작하자 가끔이지만 아이들이 가사분담도 해주는 거예요. 근무복을 다림질해주거나 옷을 꺼내 주거나 구두를 닦아주죠. 공부하는 엄마에 대한 배려가 참 고마워요(김응숙).”
“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로 직장에 소홀하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일을 더 열심히 합니다. 직장동료들의 협조와 가족의 이해가 필요한 것 같아요. 또 많이 배려해 주시고요.(유혜정).”
부족한 것 경험으로 보완
대학생활을 하면서 부족한 것은 ‘경험’으로 커버한다는 세 사람. 특히 수업을 듣는 사회복지학은 그동안 농협에 근무하면서 펼쳐온 사회복지 활동과 무관하지 않아 대학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엄격한 커리큘럼에 사실 힘들 때도 있다.
“대학에 다니는 거요? 옷 한 벌 준비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요. 남들이 없는 옷을 가진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4년 동안 준비한 ‘옷 한 벌’은 입을 수도 있고, 입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옷이죠.(남미현)”
“이제 시작이니까 졸업까지 4년 남았어요. 제가 나이가 든 후 같이 나이 든 분들을 보살피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유혜정)”
“목표가 같은 집단 속에 속해 있다는 것이 진짜 좋아요. 대학생 아들과 대화도 잘 통합니다. 사회경험과 대학생활을 바탕으로 노인복지원을 운영하고 싶어요. (김응숙).”
최선을 다하고 늦는 것은 지각이 아니다
비록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함께 하기에 즐겁다는 세명의 대학 신입생! 자신에겐 이들을 아껴주는 가족과 직장동료 그리고 ‘최선을 다하고 늦는 것은 지각이 아니’라고 말하는 지도교수가 있기에 다음 학기 등교길 발걸음도 가벼워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