좥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곳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좦
성당초등학교 47명의 악동들은 훗날 ‘그곳에서 놀던 때가 그립다’는 구절이 가장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왼편엔 이배산을, 오른편엔 사철 푸르른 소나무 숲을 두고 아담하게 앉아있는 성당초등학교. 이 학교는 학생수보다 교정 곳곳에 심어진 꽃들의 가짓수가 더 많은 곳이다. 매발톱, 금낭화, 섬초롱, 맨드라미, 금잔화, 과꽃 그리고 수십여종의 국화들.. 여기에 교실안에 놓여질 이름모를 선인장들까지 가세하면 1년 열두달 꽃이 피는 학교가 된다. 한여름 뙤악볕 아래서도 아이들 얼굴크기 만한 부용화가 ‘책읽는 소녀상’ 앞에 피어 있고 빨간 맨드라미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잠시 사라진 8월의 교정을 지키고 있다.
이 학교가 꽃천지가 된 데에는 조무원 이강택(56)씨의 땀이 있었다. 5년전 용연초등학교가 폐지되면서 이곳 성당초등학교로 옮겨 온 그는 학교 시설물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작년부터 교정을 빙 둘러 꽃을 심기 시작했다. ‘미련맞은 일한다’는 교감선생님의 ‘지청구’도 아랑곳 않고 잡초가 우거졌던 비탈진 언덕에도 꽃을 심고 응달진 곳엔 그 환경에 맞는 꽃을 또 심었다. 덕분에 늘어난 건 일거리였다. 그는 휴일도 없이 매일 아침 7시면 학교에 나와 꽃물을 주고 있다. 국화는 하루도 빠짐없이 물을 주어야 하기 때문인데 그 국화가 교정 전체를 둘러싸고 있으니 물을 주는데만 꼬박 두 시간이 걸린다. “누가 시켜서는 절대로 하지 못할 일”이라며 박병천 교감이 그의 유별난 일욕심에 혀를 내두른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 이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자신을 유별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하단다. “사시사철 꽃 피믄 애덜한테두 좋구 보기두 좋지 않냐”는 것이 그가 말한 꽃을 심고 가꾸는 유일한 이유다.
학교에 꽃이 많다는 소문이 나면서 가끔씩 화분을 훔쳐가는 꽃도둑도 생겼는데 그는‘갖고 가서 잘 키우면 된다’며 크게 개의치도 않는 눈치다. 어차피 무슨 댓가를 바라고 한 일도 아니었으니 꽃이 들고남에 그리 집착하지도 않는다. 정성을 들여도 시들어 죽는 꽃은 생기기 마련이고 지는 꽃이 있는가 하면 뒤이어 피는 꽃이 있으니 그저 담담하게 지켜볼 뿐이다. 자신이 뿌려 놓은 씨앗이 결실을 맺을때까지 게으름피우지 않고 열심히 가꾸면 그것으로 족한다.
“자식덜한테도 늘 대강 살지 말라고 엄하게 말하지유. 가르치는 애덜한테두 최선을 다하라구유”
두 딸 모두 교사의 길을 가고 있다는 이강택씨가 아직도 딸들에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 성실함으로 가을이면 이 학교엔 그의 소박한 미소를 닮은 국화들이 만발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