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친구(한용기)의 처인 ‘순영’씨로부터 다급한 도움을 요청받는다. 중앙지 검찰청 출입 기자인 나는 어렵게 이틀간의 휴가를 얻어 한을 도우러 충북 B읍에 내려간다.

A고교 동기동창인 나와 ‘한용기’는 학교 내 동아리 모임인 ‘문예신문반’에서 함께 활동을 해온 처지이다. 한은 고교시절 ‘학보 필화 사건’을 일으키고 ‘우리말 지켜 쓰기 운동’을 비판해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B읍에서 나는 ‘순영’씨와 한의 농촌 친구 ‘김씨’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듣는다. 마을 사람들이 회관에 모여 새 이장을 뽑는 날, 모임은 술판으로 이어진다. 식당에서 한은 재래농업의 ‘조씨’와 유기농업의 ‘강씨’, 두 입후보자들 틈바구니에서 폭력 사건에 휘말린다. 식당 주인 ‘최씨’는 두 집단(조씨와 강씨)의 폭행사건의 가해자로 유독 한을 지목한다. 이해 못할 일은 사건 후 한은 일체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경찰서에서 묵비권 철회를 설득하지만 한은 엉뚱하게도 고교 시절의 추억담으로 일관한다.

한은 대학을 졸업하고 국영방송 스포츠부 기자, H신문사 문화부 기자, 은행원, 회사원의 직업을 전전한다. 구속된 생활보다는 소신대로 자유롭게 살기를 꿈꾸기 때문에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한은 어리석게도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맞춰가기를 기대하며 사는 사람이다.

나이 40이 되던 해, 한은 중국 시인 도연명의 시 <귀거래사>를 읽고는 감동에 휩싸여 귀농을 결심한다. 한은 사촌형님의 도움으로 B읍에 정착 후 방울토마토 농사에 실패한 사촌형님의 타계로 큰 충격을 경험한다. 대신 그는 사촌형님의 다섯 가지 유언을 가슴으로 받는다.

나는 사건에 관여된 강씨와 조씨 식당 주인인 최씨를 차례로 만나 고소 취하를 부탁한다. 하지만 한을 구명하기 위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한의 집에 들른 나는 평소 한이 입버릇처럼 친환경농업이 농촌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역설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순영씨로부터 전해 듣는다.

강씨는 최씨를 사주하여 한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을 풀어주게 하고, 조씨네와 물밑 거래를 도모한다. 눈엣가시 같은 한용기를 마을에서 내보내는 대신, 유기농가의 숙원인 대규모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에 협력하기로 합의한다.

사건의 본질을 파악한 나는 한이 강씨와 사전 협의 후 자신이 스스로 희생양이 되기로 작심한 사실을 눈치 챈다. 새 농촌공동체를 만들어 보려는 한의 의지에 감동한 나는 순영 씨의 부탁을 들어주지는 못하지만 안심하고 서울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