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

INI스틸의 송산지방산업단지 승인 요청과 고로제철소 건설논란이 장기화 되고 있다.

산업단지 승인기관인 충청남도의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피해예상지역’인 송산면과 송악면 주민들은 반대대책위를 구성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로제철소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20여년 전 포스코의 고로제철소가 들어선 후 많은 변화를 겪은 ‘광양’을 지난 9월30일부터 10월1일까지 방문취재했다.

본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2회에 걸쳐 포항과 일본 제철소 방문취재 결과를 연재할 계획이다.

제철소로 인한 세수입, 광양시 재정의 40% 차지

연관기업 입주로 지역경제 활기

그러나 인근주민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고통, 분노...

광양제철소, 한해 순익 3조원

광양제철소는 지난 1981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철강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세워진 국내 두번째 종합제철소로 기간산업을 육성한다는 기본계획 아래 이미 포항철강제철소를 건설해 운영하고 있던 포스코(당시 포항제철)를 사업자로 선정하고 광양제철소를 건설했다.

광양제철소는 광양만의 400만평 대지 위에 건설됐으며 약 70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고로 5기와 열연공장, 냉연공장을 갖추고 있으며 소품중 대량생산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액 약 19조7930억원, 순이익 3조8260억원의 경영성과를 올렸다.

광양시 자체수입의 60% 이상 차지

광양시의 지난해 예산규모는 2577억원이다. 일반회계가 2012억원, 특별회계가 565억원이다. 광양시청 내에서 만난 김병열(51) 상공과장은 “광양제철소는 지난해 광양시에 545억원, 전남도에 29억원을 냈다”며 “이는 광양시 수입의 66.7%에 달하는 액수”라고 설명했다.

세수를 담당하는 세정과의 김동영 세정계장도 “광양제철소가 가동되기 시작한 1987년 이후 평균적으로 광양제철소에서 40~50% 정도의 시 재정을 부담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법인세만 약 600억원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영 계장의 말에 따르면 광양제철소는 광양시 예산규모의 약 40%, 광양시 자체수입의 66.7%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김병열 상공과장은 “지역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고로제철소는 들어와야 한다”고 밝히고 “광양제철소 건설인력 천여명이 지역에 들어왔었고, 이들이 지역에 머무르며 발생시킨 경제효과는 대단하다”고 말했다.

또한 “제철소는 단독으로 운영되기 어렵고 다양한 하청업체들도 같이 입주해야 하는데 광양에는 51개의 하청업체에 3625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광양시에서 일하며 광양제철소가 지어지고 운영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는 김 과장은 “모든 과정에서 지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보인다”며 “지역내 물품 소비는 물론, 인력시장도 활성화되고 지역내 상공업, 숙박업 등 거의 모든 업종이 활기를 띤다”고 말했다.

김병열 과장은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지역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광양제철소는 영업이익을 많이 내면 그 이익을 환경오염저감시설에 투자하거나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개발이 먼저 되어야 환경오염을 줄이는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철강경기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입

광양제철소의 올해 법인세는 약 545억원. 매년 200억~300억원이었던 법인세 규모가 올해는 545억원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광양시의 재정자립도는 전남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다. 본예산의 재정자립도는 49%이고 추가경정예산까지 합하면 52%에 달한다. 인근지역인 여수(33%), 목포(29%), 순천(26%)과 비교할 때 두드러진다.

법인세는 기업의 영업이익에 비례하기 때문에 세계 철강경기의 호황에 힘입어 광양제철소의 올해 납세규모도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인근주민들 “이젠 못참겠다”

제철소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알려진 태인동 지역. 태인동은 해안을 매립한 후 세워진 광양제철소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약 4천여명이 아직도 거주하고 있는 이곳에는 광양제철소의 연관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제철소가 입주하기 전엔 ‘태인도’였던 이곳은 이후 속속 연관단지들이 들어서고 개발되면서 ‘태인동’이 되었다.

광양제철소가 들어선 이후 고로가 가져오는 환경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됐었던 주민들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 발족한 ‘태인동주민대책위원회’는 이같은 태인동 주민들의 일관된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었다. 지난해 독극물 시안을 무단으로 방류해 큰 물의를 빚은 후 더 이상은 포스코를 믿지 못하겠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져 구성됐다고 한다.

태인동 주민대책위원회의 배훈(38) 부위원장은

“태인동에서 태어나 아직도 태인동에서 살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은 주민들이 환경피해를 참지 못하겠다고 해서 주민대책위를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씨는 “원래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태인동이었는데 고기의 절반이상이 기형이고, 물도 더 이상 맑지 않아 어업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근처에서 밤을 다듬던 홍계선(사진)씨는 “제철소에 제일 가까이 붙어있는 게 태인도인데 공해가 이젠 눈에 보일 지경”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기관지가 나쁘지 않은 아이들이 없고, 여름만 되면 길가에 철가루가 날아다닌다”고 말했다.

당진까지 와서 고로제철소의 피해를 직접 증언했다는 최하자씨는 “피해는 말도 못한다”며 “바람이 태인동쪽으로 불면 숨도 콱 막히고 태인동 주민들 중에서 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고기 10마리 중 7마리가 기형이여. 순 쇳가루들도 날리고...”

태인도에서 공업사를 운영하는 김진형씨는 “손자를 목욕시키고 잠시 있으면 아이 얼굴에 쇳가루가 내려앉는다”며 “바람에 쇳가루가 날리고 비가 오면 고인 물도 빨갛게 되고 만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옆을 지나던 김부식씨는 “우리가 여기 살고 있긴 하지만 여긴 사람 살 곳이 아니다”라며 “문만 열어 놓으면 쇳가루들이 날아다닌다”고 말했다.

“자기들만 좋게 해놓은 것이 더 분통 터져”

태인동과 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포스코 직원들이 거주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있다. 포스코에서는 공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세워놓았지만 주민들은 이에 대해서도 코웃음을 쳤다.

배훈 부위원장은 “포스코가 아파트 단지에는 방풍림을 비롯해 수많은 시설을 하면서 정작 바람을 정면에서 맞고 공해물질에 노출되는 태인동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분통이 터진다”며 포스코측을 비난했다.

태인동에서 태어나 아직도 태인동에서 살고 있는 광양환경운동연합의 박주식 사무국장도 “광양만의 특성상 바람이 태인동 아니면 남해군 쪽으로 불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포스코가 이처럼 환경피해가 명확한데도 그 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더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시설 견학 거부

본사의 포스코 고로설비와 환경오염물질 저감시설 견학 요청에 대해 포스코측은 거부의사를 밝혔다. 9월28일자 본사의 취재협조공문에 대해 포스코 광양제철소 강현수 홍보과장은 “입장은 충분히 고려하겠으나 INI스틸의 고로제철소 건설이 당진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대다수의 언론에서 여러 차례의 취재요청이 있었으나 우리는 한번도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현수 과장은 “동종업계라는 측면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려할 때 더 이상 포스코가 INI스틸의 고로제철소 건설과 관련해 당진군민들의 논란에 이용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 인근지역까지 미치는 환경피해

남해군, 바다오염으로 인한

어장 피해 ‘우려’

광양제철소로 인한 환경피해는 인근 타 시·군까지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같은 광양만을 끼고 있는 인근 남해군은 지난해 ‘남해환경개선대책위원회’(위원장 김한기)를 구성하고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크게 사회문제가 됐었던 광양제철소의 ‘시안’ 무단배출 사건 이후 발족한 이 단체는 광양제철소로 인해 유무형으로 오는 피해를 규명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광석씨는 “독극물 청산가리의 원료인 시안의 무단 배출 이후 주민들의 뜻이 모아져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고로제철소는 종합적인 오염산업”이라며 “대기질은 미세먼지와 철광석 가루가, 토양은 다이옥신을 비롯한 오염물질이 오염시킨다“며 ”남해의 경우 바다의 뻘까지 오염물질이 퇴적되어 어업군인 남해군의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국장은 “대책위원회가 이 오염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피해를 입증할 방법이 없고 관련법도 없어 곤란하다”며 “조만간 용역을 주는 등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주민들의 피해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