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정 - 유희는 항상 절 받아줘요. 크게 화내는 적이 없어요.
유희 - 민정인 어떨 땐는 언니같고 어떨 땐 동생 같아요.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울산에서 열린 제86회 전국체전에서 충남도 대표로 출전한 합덕여고 싸이클부(지도교사 유영설) 이민정 선수(3, 아버지 이암선·어머니 유두순)가 두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선수의 은메달 소식은 수년째 메달 가뭄에 시달리던 모교에 큰 낭보였다. 비록 200미터 개인추발 경기에서 선두를 유지하다 두 바퀴를 남겨놓고 힘이 딸려 우승을 놓친데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선수층이 얇아 혼자서 여섯종목을 뛰어야 했던 살인적인 경기 일정 속에서 따낸 메달이기에 금메달보다 그 값어치는 더 크다.
금메달 이상의 은메달
지난 8월 전주에서 열린 문광부장관배 전국 싸이클 대회와 지난 4월에 있었던 대통령배 시·도대항 전국대회에서도 아깝게 은메달을 차지했던 이민정 선수는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보다 도전해야 할 목표가 확실한 은메달이 자신을 더욱 담금질할 수 있기에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아직까지 한번도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그때 잠시 서운할 뿐 더욱 열심히 훈련해야겠다고 다짐해요. 영원한 은메달리스트로 남진 않을 거니까요.”
중학교 3학년때 싸이클을 시작한 이민정 선수는 주위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로 이름이 나 있다. 본인 스스로도 열심히 연습한 만큼 성과가 눈에 보이는 싸이클에 대단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다시 태어난다면 좀더 일찍 싸이클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싸이클이 진짜 힘든 운동이긴 한데 한명 한명 제쳐나갈 땐 정말 재미있어요. 싸이클은 열심히만 연습하면 실력이 부쩍부쩍 늘어요.”
물론 민정양이 처음부터 싸이클에 흥미를 느낀 것은 아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기초체력 강화를 위해 매일같이 산을 오르내리며 달리기 연습을 해야 했을 땐 울면서 훈련을 받았을 정도로 힘들고 괴로웠다고 한다.
“그땐 선생님이 싸이클 안하면 퇴학시킨다고 해서 억지로 했는데 정말 그럴 수 있는 건가요?”
‘아닐 것’이라고 하자 ‘속았다’면서 크게 웃는 민정양은 트랙위에서 우승을 위해 앞만보고 달리는 선수가 아닌 발랄하고 순진한 여고생의 모습이었다. 비록 그땐 억지로 했지만 지금 민정양은 자신의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고 있다.
굴곡 많았던 유희의 선수생활
그런 민정양에겐 둘도 없는 친구이자 경쟁자가 있다. 단 둘 뿐인 합덕여고 싸이클부의 또 한 선수인 이유희(3, 아버지 이상택·어머니 송점순) 양이다. 이번 전국체전에 충남도 대표로 나란히 출전했지만 유희양은 아쉽게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약간의 질투와 시기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유희는 민정이의 메달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고 있다. 유치원때부터 단짝이었고 지금까지 10여년이 넘는 동안 늘 살을 맞대고 지내온 민정이 이기에...
유희양도 민정이와 같은 순성중학교 출신으로 중3 때 사이클을 시작했다. ‘운동을 제일 잘 하는 애가 누구냐’는 선생님들의 물음에 친구들이 ‘민정이하고 유희’라고 답한 것이 둘이 함께 싸이클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그러나 유희양에겐 굴곡이 있었다. 싸이클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가 나오질 않아 도중에 철인 3종 경기로 종목을 바꿨던 것. 별도로 지도해주는 선생님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수영을 배우러 다니고 달리기 연습을 하면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결국 수영종목에서 취약함을 벗지 못해 다시 싸이클로 복귀했다. 아직까지 이렇다하게 내세울만한 기록을 갖고 있진 않지만 유희양은 앞으로도 싸이클을 놓을 생각은 없다. 10대의 꿈과 열정을 쏟았던 싸이클이고 민정이와의 추억도 싸이클로 가장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 우정이 서로 발전하는 밑거름
두 선수에 대한 이광영 코치의 평가는 무엇보다 ‘둘 다 성실하다’는 것이다.
“민정이는 스피드만 보강한다면 국가대표가 금방 될 재목입니다. 운동에 대한 욕심이 아주 많은 선수죠. 유희는 지구력이 좋습니다. 운동선수의 기본인 성실한 자세가 두 선수 모두가 가진 장점이죠”
합덕산업고 싸이클부 코치이나 합덕여고에 싸이클 선수가 없어 코치가 배정되지 않는 바람에 두 선수를 함께 맡아서 지도하고 있는 이광영 코치는 “두 선수의 우정도 서로가 발전하는데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합덕여고 싸이클부 영원하길...
민정이와 유희는 내년이면 실업팀으로 진출하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합덕여고 싸이클부도 사라질지 모른다. 후배가 없기 때문이다. 두 친구는 그것이 몹시 아쉽다.
민정이는 싸이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다. 유희는 실업팀에서 열심히 운동해 돈도 벌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부를 해서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민정이는 기분 나쁠 땐 말을 걸지 말아야 해요. 어떤 때는 언니같고 또 어떤 때는 동생같기도 해요.”
“유희는 항상 절 받아줘요. 크게 화내는 적이 없어요.”
“우리가 졸업하더라도 싸이클부가 계속 존재해 후배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같이 경기도 해보고 싶어요.”
내년이면 합덕여고의 교문을 나서게 되지만 민정이와 유희는 자신들이 마지막 선수가 아닌 영원한 합덕여고 싸이클부 선수로 남아있길 바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