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주기로 약속해 놓고 나니 냉큼 씻고 빗은 녀석들. 꿈결로 가려는 두 날개를 이불로 꼬옥 눌러쥐고는 꾸물거리는 엄마를 연신 불러대며 급기야 협박을 한다.

..나 그냥 잘래??

그럴땐.. 오!! 안돼.. 지금 간다.

이야기 해 주고파 안달한 사람처럼 엄마가 애원을 하고..

...무슨 얘기 할까?

음음..엄마 어린시절 얘기.

나도 그게 제일 재미있어..그치 언니??

<누에고치 치기>

방귀 뽕 뀌는 뽕나무잎을 먹고 사는 작은 벌레가 누에야.

할머니네 단감나무밭, 고추밭, 고구마밭이 그때는 모두 뽕나무밭이었거든.

할아버지랑 뽕잎을 따서 자루에 담아?槁?할?㎏?

“뽕 찌러 가자!”했지.

누에가 그물맥인 뽕잎을 모짝 모짝 갉아 먹으면

새 자리에 옮기고 그 위에 새 뽕잎을 덮는단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BR>네 잠을 자고 깨야 고치가 되는 누에를

엄마는 검지손가락만 해 지면 바둑판 같은 네모난 집에 넣어 주고는

칸칸마다 동그랗고 새하얀 집이 지어지면 툭툭 털어서 껍질에

묻은 솜같은 것을 한두겹 쯤?禿틂뺐煮?가마니에 담아 팔러 가셨지

아주 일등은?첸?놓으신 할아버지.

다 팔고 오실때 샛노란 딸따리 한 켤레 사주신 거 아직도 기억나.

200㎜쯤 되었을라나.

해마다 늦 봄서부터 여름 한 철 지었던

누에고치 농사.

누에가 욕심내어 지어놓은 집은 벽 모서리에도 있고, 오래 걸어 둔

가방 뒤에서도 발견되곤 했어.

다 자라고 나서야 새하얀 고치 속에 번데기가 그 번데기란 걸 알았지.

그래서 번데기는 안 먹어..

누에 한잠을 재운다고 여름에도 후끈 달아오르던 안방.. 가만히

들여다 보면 뽕잎을 갉아먹느라

내 쉬는 숨소리에 온 몸이 근질거려

혼자서는 못 들어가도, 할머니한테 혼나고

숨어들 곳 없으면

단내나는 누에잠박 옆에 쪼그리고 앉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할머니는 아니 불러 주시고...

누에가 온 몸으로 들려주는 자장가에 꼬빡 잠이 들었던 기억......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

단잠을 재워 준 누에.

이 모든 것을 있게 하신 하나님.

※경북 포항에서 살다가 남편 직장을 따라 지난 3월 송악면 중흥리에 둥지를 틀었다. 일상의 소소한 감동들을 수필이나 시로 옮기길 좋아한다. 열두살, 열살 난 자매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