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면천 구간의 군도 1호선. 인도는커녕 갓길조차 확보되지 않아 보행자의 안전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 당진-면천 구간의 군도 1호선. 인도는커녕 갓길조차 확보되지 않아 보행자의 안전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갓길은 비상시 차량 정차 공간, 연석·표시봉으로 인도 분리해야”

당진군이 교통사고 예방과 보행자 안전을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갓길포장 사업이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교통약자의 보행권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진군 건설과는 지난달 12일 공개한 2006년 시책구상에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갓길 포장사업’을 제시했다. 교통량의 증가에 비해 도로가 협소하고 갓길이 부족해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지방도와 군도 등 주요 도로의 갓길을 포장해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것.

실제로 당진군에서는 올해 들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올 10월말 현재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5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명(25%)이나 증가한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 50명은 충남도내 16개 시·군 가운데 천안시와 서산시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인구수나 차량보유 대수 등을 감안하면 단연 1위다.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당진군민은 계약자로 받기를 꺼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올해 발생한 교통 사망사고를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차 대(對) 차 사고가 27건으로 가장 많지만 차 대(對) 사람 사고도 11건이나 된다.

특히 순성-합덕 구간과 송악면 기지시-중흥리 구간 등이 사고다발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순성면 봉소3리 이병건 이장은 “순성면 소재지에서 나산리를 거쳐 본리에 이르는 구간에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운전자들이 기본적으로 과속을 하는 데다 갓길 등 보행자가 다닐만한 공간이 없어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통사고가 지역에서 커다란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도로의 갓길 포장을 통해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당진군 건설과의 구상은 모처럼 차량위주의 교통정책에서 벗어나 보행자를 생각했다는 측면에서 평가받고 있다.

건설과 도로관리 담당자는 “군도를 중심으로 갓길 포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충남도 종합건설사무소 측으로부터 지방도의 현황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았다”며 “현재 갓길에 식재된 나무나 코스모스도 정리할 예정으로 키 작은 화초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갓길 포장만으로는 보행자 안전이라는 당초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녹색교통운동의 하혜종 교통환경팀장은 “갓길이란 비상시 위험방지를 위해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 공간을 말하는 것으로 인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무런 다른 시설 없이 포장하고 선만 그을 경우 운전자들이 ‘도로가 넓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팀장은 “연석(경계용 돌)이 가장 좋지만 어렵다면 최소한 표지봉이라도 설치해 차도와 분리된 인도를 설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맑고푸른 당진21의 안효권 사무국장도 “푸른충남21 차원에서 각 지역의 보행권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데 당진군의 경우 보행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열악했다”며 “특히 시골에서는 아이들이 걸어서 학교에 갈 수밖에 없어 학부모들이 차량으로 등교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의 위협 없이 자유롭게 도시를 걸을 권리는 모두에게 보장돼야 할 기본 권리이며 특히 장애인 어린이 노인 등 ‘보행약자’의 보행권은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