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우시의회의 모습. 하나우시는 지금 크리스마스 축제가 한창이다.
▲ 하나우시의회의 모습. 하나우시는 지금 크리스마스 축제가 한창이다.

편집자주

‘자신의 미래나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면 그 불편함은 어느 정도나 될까!’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해 결정된 사안을 따르고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마음속에 불만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일에 재미나 능률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지방자치 10년’

많은 사람들이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미흡한 점을 지적하고,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방자치에 있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고 이는 취재진에게 행운이자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철저한 분권을 통해 ‘지역의 일은 지역 스스로가 처리한다’는 이념을 실천하고 있는 독일 주민들이 부러웠다. 과연 무엇이 그와 같은 일을 가능하게 했는지 3일 동안 머물며 바라본 헤센주의 ‘하나우시’를 통해 분석해 보았다.

독일은 오랜 지방자치의 역사를 갖고 있고,

주민 스스로가 ‘우리지역의 일은 주민이 알아서한다’는

강한 분권의식을 갖고 있다.

또 지방자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생활속에서도 이를 실천함과 동시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를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게 해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독일에서 지방자치가 성

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지방자치의 오랜 역사동안

반복했던 시행착오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짧은 자치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는

여기에서 희망을 얻는다.

토고와의 월드컵 첫 경기가 치러질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하나우역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그다지 분주하지 않은 시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우시는 인구 8만8000명이 거주하는 소도시로 독일 헤센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면적은 76.49㎢로 당진의 약 8분의 1이다.

세계적인 동화작가인 ‘그림형제’의 고향이기도 한 하나우시는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시 전역이 완전히 파괴됐던 아픔을 갖고 있으며 현재는 활발한 기업유치가 이뤄지고 있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밖에 주독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도시라는 점과 원자력 산업이 활성화된 도시라는 점 등이 하나우시의 특징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나우시의 행정조직을 살펴보면 국가 공무원(100여명)과 일반직원(국가가 회사처럼 계약을 맺는 근로형태) 1500여명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며 한 해 예산은 2억5000유로(원화 3125억원)로 1년에 한번씩 예산편성을 하는 당진군과는 달리 2년에 한번씩 예산을 편성해 장기적 예산집행이 가능토록 했다.

하나우시의 자치단체 유형은 ‘변형된 이사회형’이라고 할 수 있다.

변형된 이사회 형은 독일의 지방자치단체의 유형중 하나인 이사회형을 다소 변화시킨 것으로 주민이 선출한 의회가 최고의사 결정기관이 되며, 집행기관으로서 ‘이사회’라는 조직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사회의 위원은 의회에서 선출하며,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시장이 이사회 위원장을 겸직하는 형태로 기본적으로 한국형 자치단체 유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의회 의원과 자치단체장(군수/시장)을 직접 선출하는 측면에서 같지만 이사회라는 별도의 집행기관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인구 9만의 하나우시를 가다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핵심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시청과 의회를 방문하기 위해 마틴호페(Martin Hoppe) 하나우시청 대외협력국장의 도움으로 시청을 향하는 길에 평범한 차림의 한 남자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바로 하나우시의회 의장인 볼프강 발터(Wolfgang Walther, 사회민주당)씨였다.

발터씨는 취재진을 직접 안내했으며, 시청사 내부와 의회 등도 보여줬다. 거리까지 직접 나와 맞아주고 안내까지 해주는 모습에서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의원수 많지만 안건처리 효율적으로

하나우시에서도 의회는 주민들의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의 의결기구다. 인구는 9만이 채 못 되지만 당진보다 훨씬 많은 의회 의원을 보유하고 있다. 2005년 현재 당진군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의원수가 13명인 반면 하나우시의회의 의원 수는 59명으로 당진군보다 4배 이상의 의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비록 의원의 수는 많지만 이들 의원들은 7개의 상임위원회(예산심의위원회, 환경구조위원회, 여성청소년복지위원회, 문화학술체육위원회, 건설위원회, 회계감사위원회, 일자리창출위원회)로 나뉘어 안건을 상정하고, 보통 한달에 한번 회의를 갖는다.

또 효율적인 안건처리를 위해 회의가 열리기 2주전 의장실에서 회의를 갖고 모든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의회가 열리는 기간 중 모든 의원들은 정당의 규모와 관계없이 최대 45분간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원의 임기는 5년이다.

지방자치와 자치교육 함께

독일 역시 젊은 층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을 벌이고 있었다.

발터의장은 “하나우시에서도 젊은층들이 시정에 무관심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 정치교육관련 과목을 개설하는가 하면, 시민단체 스스로 정치적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은 의회 내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의장과 시장, 이사회 원로와 의원들이 마주보고, 옆에는 시청직원들이 자리하는 하나우시 의회의 한편에는 뜻 밖에도 유치원생들을 위한 분홍색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이 공간에 대해 발터의장은 “의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동안 의회를 견학하는 유치원생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소개하면서 “회의가 열리지 않는 기간동안 의회는 지방자치를 교육하는 실습 장소가 된다”고 말했다.

회기 이외의 기간동안 무용지물이 되곤 하는 한국의 지방의회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교육을 위해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철저한 분권, 문제는 스스로가 알아서

독일에서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오랜 지방자치 역사 때문이다. 또 독일이라는 국가를 형성했던 역사적 배경과도 무관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독일은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로 과거 각기 다른 소규모 국가들이 하나의 연방을 구성하면서 지금의 독일이 됐고, 이러한 체계는 지방자치로 그대로 이어져 각 주와 자치단체가 독립성을 유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하나우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이처럼 철저한 지방분권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우리나라의 중앙정부)로부터의 재정지원을 받거나 인력을 교류하는 일 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볼프강 발터(Wolfgang Walther) 하나우 시의회 의장은 “독일은 철저한 지방분권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문제점이 생겼을 때는 일단 주정부와 협의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될 경우 다른 주와의 연대를 모색하며, 그마저 안 될 때 연방정부와 해결방안을 협의한다”면서 “그러나 그와 같은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철저한 지방분권주의는 주민들로 하여금 ‘자기 지역의 일은 해당지역 주민들이 알아서 한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심지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주정부나 타 주의 도움을 받는 것조차 수치스런 일로 받아들일 정도의 강한 분권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짧은 자치역사 희망은 있다

인구 8만의 작은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취재진 둘러본 하나우시는 균형감 있는 발전형태를 띠고 있었다. 물론 하나우시에도 번화가는 있었고, 사람들의 왕래가 유달리 많은 곳은 있었지만 특별히 높은 건물이 있거나 시 내부에서의 현격한 격차가 느껴지는 곳도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독일은 오랜 지방자치의 역사를 갖고 있고, 주민 스스로가 ‘우리지역의 일은 주민이 알아서한다’는 강한 분권의식을 갖고 있다. 또 지방자치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생활속에서도 이를 실천함과 동시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를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게 해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취재단의 통역을 맡은 유학생 서명준씨는 독일의 지방자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독일의 지방자치가 한국보다 앞서 있는 것 만큼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독일 국민들이 한국 국민들보다 우수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지방자치가 오랜 역사와 시행착오를 반복해 이룩한 만큼 한국 국민들도 지방자치에 관심을 갖고 지방자치를 생활화 한다면 그 뿌리를 보다 깊이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