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칩거의 계절이라고 한다.
모든 만물의 생명체들이 땅속이나 떨어진 낙엽 속으로 꼭꼭 숨어버려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오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속에서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고, 때로는 수줍어 고개를 떨구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가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약의 꿈도 꾸고,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힘을 충전할 것이다.
이 칩거의 계절에 그 내면의 깊숙한 곳으로 찾아가 새로운 길을 발견한 자만이 새로운 공간에서 화려한 꽃을 피울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지역에는 지방자치제의 장과 의원으로 출사표를 던진자들이 지역 민들 간에 중심이슈가 되고있다. 한 지역을 이끌고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는 자들이기에, 주민들 입장에선 당연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길을 안내하고 어떤 생각과 모범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한 지역의 행복과 불행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철저한 자기검증의 단계를 가졌는지는 몰라도 조선시대 성리학의 입신양명(立身揚命)의 헛된 공명심에 이끌려 나오고
봤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닐까 한다. 퇴계 이황선생이 말년에 초야에 묻혀 있으면서 기대승이라고 하는 신진 선비와 장장 7년 동안 서로 편지로 담론을 주고받았는데 이를 모아 놓은 자성록(自省錄)이라는 책을 읽다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에 나오려는 사람은 그 자질이 어떠해야 되는가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퇴계 이황은 당대에 기묘사화나, 을사사화를 겪으면서 많은 젊은 선비들이 피를 흘리면서 권력의 회생 양이 되어 그들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다. 그는 기대승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이른바 미진하다고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학문은 아직 성취되지 않았는데 스스로 너무 높은 곳에 처하며 때를 헤아려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다스려 보겠다고 용감하게 나왔기 때문이니 이것이 그 실패를 가져오는 길인 것입니다"
이황의 이 말은 지금도 세상에 나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쯤 음미하고 되새겨볼 명언이 아닌가 말하고 싶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추운 계절은 반드시 겪어야 할 시간과 공간이 아닌가 한다.
비록 아름다운 꽃과 나비는 없지만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는 우리 마음에 있어서는 정말 겨울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만물이 추운 겨울동안 칩거하면서 자기 내밀한 시간을 가지며 자기를 충실히 다진 자 만이 봄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내며 꽃을 피우며 건실한 생존을 영위하듯이 말이다.
만약 튼튼한 뿌리를 얻지 못하고, 추운 겨울에 섣불리 세상에 나왔다간 매서운 추위로 다 얼어죽거나 바람에 뽑혀 날아가듯이 생을 산다면 그것은 너무나 가혹한 자해 행위가 아닐까.
우리와 자기의 건실한 생존을 위해서, 마음의 겨울을 품으며 학문과 덕을 착실히 쌓다보면, 어느 순간 활짝 꽃피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우리에게 줄 수밖에 없는 하늘의 이치를, 이 겨울을 보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