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중인 준석이와 아빠 전재호씨
▲ 지난해 6월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중인 준석이와 아빠 전재호씨

“TV속 이야기인줄만 알았지 설마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이 닥칠 줄은 상상도 못했죠. 며칠 동안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다섯 살 준석이의 엄마 김명옥(33, 신평면 거산리)씨는 준석이가 혈액암의 일종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던 작년 6월13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준석이가 어려서부터 유난히 기침이 잦고 편도선이 자주 붓긴 했지만 그냥 감기인줄만 알았지 TV에서 흰 마스크를 쓴 채 하얗게 힘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어린 소아암환자들이 바로 준석이의 모습이 될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

동네 의원에도 자주 갔지만 그때마다 감기진단을 받았으니 모르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아빠 전재호(34, 환영철강 근무)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준석이가 5차에 걸친 긴 항암치료와 5년간 재발이 없어야 완치로 인정되는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로 진단받은 것이다.

이제 막 두 아들 자라는 것 보면서 알뜰하게 살림하는 재미를 느낄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에게 준석이의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무엇보다도 어린 준석이가 어른도 견디기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이겨낼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한달 동안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게 하는 약물치료를 받은 뒤 또 한달간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방사선치료를 받기를 반복하면서 4차까지 치료를 받았어요. 다행히 잘 견뎌주고 있네요.”

그러나 엄마 김명옥씨는 아이답지 않게 응석을 부리지 않는 준석이가 오히려 더 안쓰럽다고 한다.

골수검사를 하려면 척추에 큰 바늘을 넣어 골수를 뽑아내야 하는데 아무리 마취를 한다고 해도 다섯 살 어린꼬마가 감당하기엔 고통이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엄마 아빠의 걱정이 걱정스러웠는지 준석이는 한번도 소리내어 운 적이 없다고 한다. 준석이의 눈가에 고여 있는 눈물자국으로 아이의 고통을 짐작할 뿐인 엄마는 그래서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차라리 울기라도 했으면...’ 이 말을 전하는 엄마 김씨는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이만한 게 복이라고 생각해요. 완치율이 80%라고 하니까 80%에 희망을 걸 수 있으니까요. 준석이 아빠가 고생이 많지요. 장기간 입원해 있을 땐 큰녀석 돌봐야지 직장 나가야지 서울병원에 왔다갔다 해야지.. 그새 살이 많이 빠졌어요.”

“애 엄마한테 미안해요. 멀리 시집을 와서 힘들 때 친정 도움도 못 받고 병원에서 혼자 준석이 간호해야 하니 답답할 거예요.”

부부는 서로에게 미안하고 서로가 애처로와 어쩔 줄을 모른다.

준석이는 내일 5차 치료를 받으러 다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을 한다. 그리고 앞으로 3년간 주기적으로 척수검사를 받고 약물치료를 받을 것이다. 물론 그러는 사이에도 언제 고열이 발생할지 몰라 늘 병원으로 달려갈 채비를 하고 사는 긴장의 시간을 지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준석이만 잘 견뎌준다면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희망은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기에...

“새해 소망이요? 가족의 건강이죠. 준석이가 아픈 후로는 건강만큼 큰 축복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게 행복이란 걸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