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조가 있다. 수필도 있고 소설도 있다. 시를 읽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시조가 나오고, 시조에 푹 빠져 있다 보면 또 어느새 수필이 나온다. 수필 읽는 재미에 첨벙거리다 보면 또 소설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에서 발간한 당진문학 제4호는 시와 시조, 수필과 소설까지 다양하게 엮여 있다. 처음엔 이 책에 눈길이 잘 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한번 잡으니 좀처럼 손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다. 읽어도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시인들의 멀고 높은 시가 아니어서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어려운 시들에 조용하게 반기를 들고 일어선 작은 풀이파리들 같다. 부드러운 풀이파리를 슬며시 쓰다듬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것이다.

‘새벽 / 시계 끝에 걸려 /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남편의 어깨는 / 바닥을 드러낸 통장 잔고보다도 / 더 낮아 보인다

비등점을 훌쩍 넘어 / 속이 새까맣게 탔는지 / 줄담배를 피우는 날이 많아졌고 / 정 맞은 돌처럼 수심으로 얼룩진 / 그의 상처에서는 / 슬픔보다 독한 술 냄새 가득하다‘

- 김미향 「술 마시는 남편」 중에서 -

이 책에 실린 시들 중에서 한편을 골라봤다. 김미향 회원의 시는 어려운 말들이 없어서 편안하게 읽힌다. 그러나 시를 다 읽고 나면 편안함에서 그치지 않고 가슴 밑바닥에서 은근히 슬픔이 올라온다. 피곤한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초상을 묵묵히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들 다음에 실려 있는 수필들에서도 작은 감동들이 느껴진다. 그 감동들을 그대로 안고 이 책에 실려 있는 소설 한편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심훈을 조명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다. 손진동 회원은 ‘심훈과 함께 살다’란 제목으로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신문기자였으며 시인이기도 한, 또한 영화인인 동시에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한 심훈의 폭넓고 다채로운 활동을 조명했다. 윤성의 회원 또한 ‘심훈의 시 바로 읽기’라는 제목으로 심훈의 시들을 자세하게 다루어 독자들로 하여금 심훈을 더 잘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책을 덮으며, 이 책이 과연 얼마나 읽힐까? 생각했다. 아마도 책발간에 직접 참여하고 원고를 실은 회원들과 그 주변 사람들에 국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연한 책 한권인데,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이름 있는 작가들의 책들에 밀려 독자들의 눈에 들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이 책이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이건 욕심이 아니라, 바람이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작고 소소한 감동들을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이희철 기자

구입문의 : 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355-6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