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소송대리인 박기억 변호사 - “고객에 불리한 약관적용, 보험회사 1조원 부당이득 취해 사망자가 가입한 보험회사에도 자손보험금 청구길 열려”
현대해상측 - “동일한 자동차 사고로 다시 이득 얻는 것 부당” 항소
송악면 청금리에 살던 이영우씨는 지난 97년 9월 신평면 상오리 오봉제저수지 옆길에서 자신의 업무용 자동차를 몰고 가던 중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
사고 당시 이씨는 현대해상화재보험에 사고로 인한 사망시 1천만원을 보상 받을 수 있는 자기신체사고보험(약칭자손)이 포함된 업무용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이씨가 사망한 후 이씨 가족은 상대차량의 보험회사로부터 3천6백만원의 배상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이씨가 가입한 자손보험에서는 단 한푼의 보상금도 나오지 않았다.
다름아닌 해당 보험약관에는 ‘타 차량과의 사고로 상대차량보험에서 대인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 그 보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액수만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씨가 사망시 지급받기로 되어있던 보험금 1천만원은 상대차량의 보험사로부터 받은 3천6백만원에 훨씬 미달되는 액수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씨 가족은 현대해상측으로부터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보험약관이 “고객에 부당하게 불리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 안팎에 파문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당진군 법원 송봉준 판사는 지난 5일, 이씨의 부인 강순희씨와 자녀 등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현대해상측은 강씨 등에게 보험금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기 신체사고보험 중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의 경우 대부분 그 액수가 상대차량보험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액수보다 소액이어서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망한 경우에는 손해보험상의 이중이득금지원칙이 적용될 사안이 아닌 관계로 보험회사측은 사망한 피보험자에 자손 보험금 1천만원을 전액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즉, 피보험자가 다른 차량과의 사고로 다치거나 차량이 파손되었을 경우 상대차량의 보험사로부터 손해본 부분에 대한 배상을 받았다면 피보험자에게 다시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으나(손해보험의 이득금지원칙) 사망한 경우 이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며 정액보험인 생명보험의 원칙에 따라 마땅히 보험금 전액이 지급돼야 한다는 것.
재판부는 이에 따라 “손해보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전제한 자손보험에 관한 약관 제35조 3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공정을 잃은 것으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라고 밝혔다.
이같이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한 모든 피보험자에게 적용되던 자손보험에 관한 약관이 무효판결을 받음에 따라 그동안 이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피보험자들에 사이에 상당한 반향이 예상되고 있다.
강씨의 소송대리인 박기억 변호사는 “그동안 보험회사들은 고객에게 불리한 약관을 적용, 당연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소멸시효기간내 사망한 사고가 10만건으로 가정할 때 1인당 1천만원씩 모두 1조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셈”이라며 “이 판결로 이미 상대방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은 경우라 하더라도 사망자가 가입한 보험회사로부터 별도로 자기신체사고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다만 보험금 청구건의 소멸시효기간이 2년 이어서 현재로부터 2년 전의 사고에 관해서는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해상화재보험측은 “동일한 자동차 사고로 다시 이득을 얻는 것은 부당할 뿐 아니라 손해보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판결”이라며 대전지방법원에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에 기재된 자동차 종합보험 및 자손보험약관을 소개합니다.
▲자동차 종합보험 : 자동차 종합보험은 대인배상 Ⅰ(책임보험)·Ⅱ, 대물배상, 자기신체사고, 자기차량손해에 대하여 보험에 가입하고 그 항목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지불하는 데 대인배상Ⅰ·Ⅱ와 대물배상 항목은 보험사고로 피해를 입은 상대방에게 보험료가 지급되는 것이며 자기신체사고는 보험가입자에게, 자기차량손해는 보험가입자의 차량이 파손된 경우에 보험가입자에게 지급되는 항목임. 이중 자기신체사고보험은 피보험자가 피보험 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었을 때에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
▲자기신체사고보험 약관 35조 3항 : 타 차량과의 사고로 상대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공제계약 포함)의 대신배상Ⅰ 및 대인배상Ⅱ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대인배상Ⅰ 및 Ⅱ로 보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한 액수만을 보험금으로 지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