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이 되면 우리는 늘 부모님을 생각하고 어린이들에게 애정을 보이려 애쓰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곤 하는 일이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 올해도 5월은 예년과 다름없이 풍성하고 찬란한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부모와 스승의 달이었다. 애기 울음소리 점점 잦아드는 시골 마을에서 주름진 얼굴로 혹시라도 자식들이 방문해 줄까 싶어 동구밖을 바라보곤 하던 늙으신 부모들에게 5월은 적지 않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학교 공부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차에 실려 영어 한자 예능 입시 등 소위 사교육에 시달리던 아이들도 5월은 잠시나마 해방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다만 금년 5월 유난히 힘들었던 사람들은 아마도 초중등학교 교원들이었던 것 같다. 스승의 날이 애물단지라도 되어버린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이들 가르치느라 지쳤을 테니 하루쯤 쉬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면 스승의 날 휴무를 트집 잡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오해 받고 구설수에 오르느니 이참에 하루 쉬자는 생각으로 학교 문을 닫는 심정이 오죽하였겠는가?
촌지 운운 하면서 언론마다 비아냥거리는 투의 기사를 써대니 교육자들의 자존심은 휴지조각만큼이나 구겨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촌지가 대도시의 일부 생각이 짧은 교사들에 국한된 관행일 뿐이라는 말로 교육자의 입장을 변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대적 변화와 상황을 바로 인식하고 제도적 차원에서의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과연 이 시대상황에서 스승의 날이 꼭 있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교육자들의 총체적인 희생으로 교육을 지켜야 할 만큼 가난했던 시절, 그리고 비교적 단순한 가치가 지배했던 농업시대의 스승상과 확고한 직업의식과 전문성으로 무장되어야 할 오늘의 교사상을 동일시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아이들이 진정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는 것일까? 우리가 어른이 되어 가정을 갖고 자식을 길러보아야 비로소 부모의 은혜를 절감하는 것처럼 학생들도 다 자라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면서 비로소 선생님의 은혜를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뒤늦게 깨달은 감사의 마음을 백발의 스승에게 바칠 수도 있고 다음 세대를 향해 은혜갚음을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성급하게 감사를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깨달은 후에 자기가 받은 은혜를 다음 세대를 위해 보답하기까지 기다려주는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지는 않을까?
스승의 날이 없더라도 자기 직업에 긍지를 갖고 책무를 다 할 수 있는 교직풍토를 조성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만큼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스승의 날이 없어도 우리 교육자들은 전혀 섭섭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크게 환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어리석은 논쟁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