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라면서 경험하게 되는 다른 사람과 관계맺기는 가족 안에서 시작됩니다.최초로 엄마,아빠를 만나고 그로 연계되는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서 ‘자기’를 찾아가는거지요.아이에게 있어 자아존중감과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 맺기는 동전의 양면 같아서 서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오른발 왼발’은 요즘 같은 핵가족 제도에서 아이가 경험하기 힘든 정서를 보여줍니다.좋은 문학작품은 아이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성숙할 수 있는 소양과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키도록 도와준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소박하고 단순한 그림과 색상, 차분한 분위기가 마치 자연스런 발걸음처럼 보비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인도합니다.

할아버지와 무척 사이가 좋은 보비.할아버지는 보비가 어렸을 때 걸음마를 가르쳐주었고 함께 많은 놀이도 했는데, 그중에 할아버지와 보비가 가장 즐겨하는 놀이는 블록쌓기입니다.서른 두 개의 블록을 간신히 쌓아 성공할라치면 할아버지의 재채기 때문에 몽땅 무너지는 경우도 있지만 보비는 배꼽을 잡고 깔깔깔 웃어넘깁니다.보비는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아서 자기에게 어떻게 걸음마를 가르쳤는지 궁금해 묻기도 합니다.그러면 할아버지는 보비의 작은 손을 잡고 ‘오른발,왼발.따라해 보거라’하고 가르쳤다 하십니다.아이들은 보비와 할아버지가 함께 한 많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자기의 추억을 더듬어 보게 됩니다.

행복하던 보비에게 슬픈 일이 일어납니다.보비의 다섯 번째 생일 며칠 후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게 된 거지요.예전처럼 함께 놀 수 없을 뿐 아니라 말도 못하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된 할아버지가 처음에는 무섭고 낯설었지만 보비는 애틋한 사랑으로 다가갑니다.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가며 할아버지에게 받았던 도움과 사랑을 고스란히 돌려줍니다.보비의 이러한 행동으로 할아버지는 조금씩 회복되면서 보비가 오래전에 배웠던 것처럼 ‘오른발 왼발’하면서 함께 걷기 시작합니다.함께 인생을 만들어가는 거죠.대부분 조부모 와 살지 않는 아이에게 보비의 경우처럼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친화적인 계기를 만들어 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할아버지(할머니)와 인터뷰놀이 하기-녹음기,사진,메모지 등을 준비하고 할아버지에 대해 알아보는 여러 가지 질문을 합니다. 태어난 곳,소원,가장 해보고 싶은 일,좋아하는 것 등 그리고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을 가족신문 기사로 작성해 보는 거예요.또 소식을 전하는 일(편지보내기,전화로 안부 묻기),명절 때나 가족모임이있을 때 할아버지와 단둘이 찍은 사진으로 작은 액자에 담아 추억만들기도 해봅니다.보비가 할아버지를 통해 가지게 된‘다른 사람과 관계맺기’를 보고 느끼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훌륭한 삶의 자양분을 만들어 가고 자기의 뿌리를 기억하게 되겠지요.

이렇듯 아이들이 자아존중감을 잘 형성해 가는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수용하며 성숙해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참 흐뭇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독서지도사 김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