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피곳 씨가 가진 두 아들, 멋진 집, 멋진 정원, 멋진 차 그리고 그 풍요한 소유의 한 가지인 듯한 아내를 소개하며 시작 됩니다. 피곳 부인은 남편과 두 아들의 모든 시중을 들고 그들이 어질러 놓은 것을 치우며 모든 집안일을 하며 직장에도 다닙니다. 저녁시간에도 아주 당연히 피곳부인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는 식구들,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휴식만 취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구들이 집에 왔을 때 아주 폭탄 같은 메모를 발견합니다.‘너희들은 돼지야’라는 글을 남기고 피곳 부인이 사라져 버린 거죠. 그 순간 피곳씨의 손이 돼지 손으로 변하는 장면은 경쾌한 펀치를 날리며 이야기를 견고하게 끌고 갑니다.

돼지의 모습으로 변한 피곳씨와 아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지만 집은 엉망이 되고 정말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돼지우리가 된 집안에서 서로 꽥꽥 거리고 심술을 부리고 있을 때 피곳 부인이 나타나지요. 그들은 일초의 주저도 없이 “제발 돌아와 주세요”하고 애원을 합니다.

피곳씨네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그들은 행복해집니다. 자신들의 반성과 노력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법을 깨달았으니까요.

이 책은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시각화가 군더더기 없는 플롯과 어우러져 신랄한 메시지에 명쾌한 힘을 실어주는 점이 역시 수작임이 확실합니다.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불평등한 현실을 보여 주고 다른 가족들이 각자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하는지, 또 그 역할을 해냄에 있어 인색하지 말아야 함도 명료하게 보여주지요. 성차별과 양성평등의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인식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입니다.

가족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건강한 역할을 해내고 그로 인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거예요.

이 책은 문명사회인 현대의 기술공학적인 산물인 일, 신문, 텔레비전에 대한 풍자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아주 중요한 회사’, ‘아주 중요한 학교’ 라는 표현은 진정으로 중요하기보다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냉담하고 불만족스러운 현대의 정서를 반어적으로 암시해 주고 있죠. 게다가 늘 표정이 없거나 뒷모습만 보이는 엄마의 모습은 이 현실을 극명하게 투사해 줍니다.

곳곳에 숨은 그림처럼 그려진 작가의 메시지를 찾는 것도 묘미로 작용합니다. 특별히 표지 그림은 압권입니다. 남편과 두 아들을 모두 업고 있는 모습! 이 돼지책처럼 가족 구성원들이 나누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엄마가 떠맡아 힘겨운 삶을 지탱해 가고 있다면 지금 당장 우리 가족은 어떤 배려와 고민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자녀가 해보는 미래의 가정생활 상상해보기. △20년 후의 나(자녀)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집안일 중에 함께 할 수 있는 일 찾기 △분담할 일들을 찾아 목록 작성하기. 엄마의 일, 아빠의 일, 나의 일들을 각자 메모지에 기록하면서 일의 비중을 현실적으로 비교하고 대화하면서 아주 작은 양성평등의 실천, 가족간의 역할분담, 더 나아가서는 역할공유로 발전하는 가족이 될 거라 믿습니다.

(♠독서지도사 김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