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지역내 기관들이 공동참여해 범죄도시를 살기좋은 도시로
한 때 필라델피아는 미국내 범죄 1위 도시였다. 펜실베이니아 동쪽 끝에 있는 도시로 건국 초기 미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유서 깊은 도시지만 1990년대에 들어 미국의 주요산업이 태평양 연안과 서남부로 분산되면서 인구감소, 실업증가, 국제무역 정체 등 지역에 위기가 오기 시작했다. 산업이 침체되고 인구는 줄면서 주변지역의 범죄가 증가하고 도시가 황폐화했다. 필라델피아의 중심대학인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도 학생수가 줄고, 우수인력이 빠져나가는 ‘역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서 지역의 위기가 가속화됐다.
이런 시점에서 펜실베이니아 대학은 학교를 재생하는 것을 도시의 재정비와 한 맥락으로 파악했다. 도시의 정비 없이 대학의 재생이 없고, 대학이 도시 재정비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싹튼 것이다. 이런 인식의 바탕 위에서 필라델피아에서는 1994년부터 대학이 주체가 된 지역재정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학교와 지역내 거대기관이 ‘회원’으로 참여
UCD(University City District)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관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민단체’는 아니다. 그러나 추구하는 목적이나 활동은 시민단체와 비슷하다.
우선 펜실베이니아 대학은 9천만 달러를 투자해 서점과 호텔, 영화관 등 복합상업시설을 조성하면서 지역주민들의 고용을 확대하고 경제를 활성화시켰다. 또한 기존 상점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푸드마켓을 유치하고 창고건물을 개조해 교직원 기숙사로 만드는 등 우선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투자했다.
이어서 대학과 지역의 단체, 지역기업 등이 출자해 이 ‘UCD'를 설립하고 지역의 치안과 서비스를 공동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 UCD는 1년에 약 400만달러의 예산을 운용하고 있다.
1996년에는 야간경관조명 프로젝트인 ‘UC Brite'를 시작했다. 이 제도는 조명기구 설치비용의 50%를 집과 토지의 소유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서 시행 결과 2500여개의 조명이 도시 곳곳에 설치돼 아름다운 밤거리가 조성됐고 범죄예방에도 도움을 줬다.
또한 공동화되어 가는 지역에 학교 교수들과 교직원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살기 좋은 곳’을 원하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다. 교수나 교직원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 융자를 해주는 방식으로 지역의 인구유출을 막고 인구유입은 장려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를 세우고, 10년 동안 학생 1인당 매년 1천불씩 지원해 교육여건 개선사업도 병행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밤거리는 밝아지고, 범죄율은 낮아지고, 재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우수한 교육자들과 사회적인 여건이 갖춰지면서 학생수 감소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고 있다.
UCD, 지역살리기에 아름다운 지역가꾸기까지
현재 UCD에는 27명의 직원이 매일 담당구역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고 있고, 43명의 안전요원은 경찰과 직통되는 무전기를 들고 순찰을 하고 있다.
지역 살리기에서 출발한 UCD는 지역 살리기 활동에 더해 아름다운 지역 가꾸기 활동까지 함께 하고 있다. 모든 청소차량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고, 차량 운행을 줄이기 위해 카풀을 할 수 있는 차량도 대여해 준다. 무료 환승버스도 운영해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기도 한다.
지역의 위기는 곧 대학의 위기
이 UCD의 방문목적은 ‘대학이 주체가 된 지역재정비 사례 브리핑’이었다. 미국에서도 대학이 중심이 된 도시 활성화 사례는 많지 않았다. 이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필라델피아는 UCD사업으로 인해 대학과 지역사회 모두가 성장하는 결과를 얻었다. 대학은 사회적 평가의 상승으로 연구조성자금과 기부금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학생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역시 주거환경이 좋아지면서 범죄율이 떨어지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필라델피아는 잘 보여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