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군 치과의사협회장, 당진군 검도협회장, (사) 당진지역사회연구소 부소장
벽난로가에서 아버지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나이 마흔을 넘어서 역사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도 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한 역사책을 읽는다는 건 낯 뜨거운 일이 아닐까? 처음 이 책을 접한 이유는 이제 중3에 다다른 아들에게 재미있는 역사책을 소개해주기 위해서였다. 교과서에 수록된 딱딱하고 졸립고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워야 할 것 투성이인 역사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듯 재미있는 역사책을 추천해주기 위해서 내가 먼저 손에 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는 단숨에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그만큼 이 책엔 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딱딱하고 건조한 책들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강력한 흡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불 피워진 따뜻한 벽난로가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야기하듯이 따뜻하게 인류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와 지도는 의례 역사책에 등장하기 마련인 단순 나열식 지도와는 달리 서로 다른 시대와 서로 다른 공간의 사건들, 그 사이의 인과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헨드릭 빌렘 반 룬은 네덜란드 출생으로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의 뭔헨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서양사를 강의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AP통신 종군기자로 참여하여 전장의 처참함을 직접 목도한 사람이다. 충분히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 끝없는 잔인함에 치를 떨었을 법도 하건만 그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침착하고 따뜻하고, 또 깊이가 있다.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자상함, 은은하고 사려 깊은 사랑이 행간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내가 이 책에 끌린 것은 아들을 둔 아버지의 입장으로서 그러한 저자의 사랑에 깊이 동감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저자가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듯이 말이다.
「나는 너희들이 단순한 사실의 연속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배우기 바란다.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역사적 사건에 접근하기 바란다. “그렇고 그런 일이 그때 거기에서 일어났다”라는 단순한 서술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동기를 파악해야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너희들은 주변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더 큰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이것만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방식이다.」
이 책은 크게 3권으로 이뤄져 있는데 제1권은 인류의 출현과 이집트 이야기, 그리스의 자치정부와 로마제국의 흥망성쇄, 십자군 전쟁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제2권은 중세시대와 종교개혁, 부처와 공자, 미국의 독립전쟁을, 제3권은 프랑스혁명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의 역사를 더듬으면서 과학과 예술의 발달, 식민지 전쟁, 현대의 시작, 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 등에 대해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몇 년도에 무슨 사건이 일어났다”라는 단순한 서술이 아니라 문자가 생겨난 원인은 무엇인지, 인류는 왜 전쟁을 일으켰는지, 예수의 성스러운 죽음과 공자의, 부처의 가르침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를 쉽고도 생생하게 들려준다. 예를 들면, 보통의 역사책에서는 로마제국의 태동시기와 연대기적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책은 “로마제국은 어떻게 생겨났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역사적 사건들 속에 숨어 있는 동기와 원인들을 쉽게 풀어냄으로써 흥미와 이해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 책은 지평선 너머 아득한 곳에 숨어 있을 이 거대한 질문들의 해답을 찾는 길을 아버지의 은은한 목소리로 가르쳐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