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찬·김미희 부부 가족
▲ 김종찬·김미희 부부 가족

당진에서 서울 역삼동 ING 생명 백두지점으로 일주일에 3일을 상경하는 FC 김종찬(34)씨. 중학교 동창인 아내 김미희씨와 아들 준수(5), 쌍둥이 자매 시현·서진(4), 이렇게 한 가족이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다.

부부는 연년생에 쌍둥이 자매, 이 세 아이를 키우는 일이 때로 너무나 힘들었다. 한번에 젖병 18개를 씻은 적도 있었다. 결혼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오르려 했지만 종찬씨 아버님의 사업 때문에 당진에 정착하게 된 이들 부부의 당진 정착기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사랑은 용기가 필요한거야

2000년 한창 인터넷을 통해 동창모임이 활발하던 때, 한 동창모임 사이트에서 종찬씨의 연락처를 알게 된 미희씨는 용기를 내어 메일을 보냈다. 중학교 동창인 둘은 편안하게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계속했다.

?事狗罐?연락하던 둘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것은 여름이 무르익던 8월의 어느 날. 미희씨는 동창으로서가 아니라 남녀가 되어 만나고 싶다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에게 고백했다.

하지만 종찬씨는 그녀의 용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가 여자로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단지 친구로 지내자는 그의 말은 미희씨를 부끄럽게 했다. 그렇게 어색한 첫 만남 이후 그들이 다시 만난 것은 11월 경기도의 어느 예식장에서였다.

한 중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참석한 둘은 어색한 눈빛을 교환하게 된다.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며 아무 일 없었던 듯, 하지만 이런 둘의 어색한 시간을 깬 것은 종찬씨였다. 결혼식이 끝나고 결혼식 피로연 중간에 그는 그녀를 불러냈다.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고백했다. 보고 싶었다고, 우리 사귀자고

눈 내리는 인천국제공항 긴 의자에 앉아

당시 스타벅스 코리아 오픈 멤버였던 미희씨는 인천 국제공항 스타벅스 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던 시기였고, 종찬씨는 당진에서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 있어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주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키워갔다.

12월 공항 활주로에 소복하게 눈이 쌓여가던 날이었다. 미희씨는 공항 활주로에 내리는 눈을 보며 그에게 전화를 했다. 눈이 내린다고. 너무 아름답게 눈이 온다고.

퇴근시간, 그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긴 의자에 앉아 있는, 낯익은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저 눈이 내린다고 말했을 뿐인데 자가용도 없는 그는 당진에서 인천공항까지 단숨에 달려온 것이었다. 그녀는 살며시 그의 어깨에 기대고 앉아 그렇게 한참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았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간에

비록 두사람이 만나기까지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지만 운명은 사실 오랫동안 두 사람을 같은 하늘, 같은 공간에 두는 짓궂은 장난을 계속하던 중이었다.

중학교 졸업 후 둘은 대전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었다. 3년간 만난 적은 없었지만 같은 공간에 둘은 있었다. 미희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다. 종찬씨는 인천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지만 의경생활을 대전에서 했다. 제대한 종찬씨는 학교에 복학을 한다. 그녀도 졸업하고 서울에 직장을 잡았지만 인천 오빠네 집에서 출퇴근을 했다. 그러면서도 둘은 아직 만날 준비가 안된 듯 같은 공간에서 서로 엇갈리기만 했다.

쌓여만 가는 젖병 18개

결혼하고 아들을 낳은 뒤 종찬씨는 산부인과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진찰실에서 아내와 의사의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때는 엄마와 아빠를 꼭 닮은 아들 준수가 태어나고 100일이 좀 지난 뒤였는데 미희씨가 다시 임신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쌍둥이란다.

준수의 탯줄을 잘라준 남편과 그네분만 후 아기와 남편, 의사까지 합세해 사진을 찍은 이들 가족, 두 번째 임신이 쌍둥이라는 부담감을 웃음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그저 하느님께 감사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연년생인 아이들과 쌍둥이, 아이 셋을 키우리란 젊은 부부에게 버거운 일이었다.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준수, 이제 젖병을 물기 시작한 쌍둥이, 그러다보니 어떤 날은 젖병 18개를 닦은 적도 있었다.

씩씩한 아내 다정한 남편 ‘천생연분’

아내가 쌍둥이를 가졌을 때 종찬씨는 이직을 하게 됐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ING생명 서울 역삼동에 있는 백두지점에 취직하게 될 것이다. 취직 후 1년간은 회사일 때문에 서울에서 살아야 했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됐다. 준수도 어렸고 만삭이 될수록 남편의 손길이 필요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먼저 사귀자고 말한 당찬 아내는 잘 견뎌냈다. 그것이 못내 미안했을까. 남편은 아내에게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결혼 후 자신은 영화 한 편 보지 못했지만 아내에게는 좋은 영화를 소개시켜주었다. 호랑이띠인 아내는 화통하고 활달한 성격이다. 금방 화를 내고 금새 풀어진다. 남편과 다퉈도 성격상 하루를 못넘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남편을 따라 교회에 다니다 신자가 되어 버린 아내, 설거지며 빨래며 집안청소는 아내만의 몫이 아니라며 앞치마를 두르고 나서는 남편. 천상 이 둘은 천생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