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의 균형’ 원칙은 어디로 갔나

또 다시 농민들의 일손이 바빠질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땅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농군은 그 정직한 땅에 화답을 하듯이 자식같은 곡식을 가꾸기 위해 들로 바쁜 몸을 움직입니다. 이는 자연의 이치요 순리인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보고 있노라면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협상이 진행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들리는 말이 모두 퍼주겠다는 소식들만 들립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진정 이 나라에 이득을 위해서인지, 그렇게 TV와 라디오을 통해 홍보하는 나라의 미래을 위한 것인지, 협상의 진행상황을 보면 전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최대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 성공적인 한미 자역무역협정을 이끌어내겠다고 입만 열면 떠들던 협상단과 정부는 이제 전향, 절충, 유연성 발휘라는 허울좋은 문구로 본색을 드러내며, 미국에 다 퍼주기식 굴욕적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광우병쇠고기 뼛조각 수입금지라는 정부간의 약속을 어긴 미국정부에 사과를 받아내기는 커녕 미국대표단의 강요에 못이겨 수입재개를 검토하고 있으며, 가장 민감한 농업분야에서도 민감 품목의 수를 284개 품목에서 235개 품목으로 낮추더니 종국에는 100개 품목으로 줄이는 굴욕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국시장의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세이프가드’나 수입개방시 국내 동종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활당’마저 여타의 이유로 협상타결이 불투명한 상태인 데도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쌀은 협상대상 품목이 아니라고 누차 밝히던 정부와 협상단은 느닷없이 국제통일상품 분류체계(HS CODE) 기준으로 18가지 품목으로 나뉘어져 있는 쌀을 10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개방하는 안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는 협상대상국인 미국의 무역촉진권한 만료시한을 앞두고 오로지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익의 균형이라는 기본을 잊은 채 국가의 경제 기반을 통째로 넘기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국제 통상교섭 역사상, 협상 상대국의 국내법문제 때문에 자기나라 경제전반이 관계되는 중대협상을 빨리빨리 서두르는 예는 한미 FTA 협상이 유일한 협상이 될 것입니다.

협상의 기본도 잊은 채 상대국의 입장만을 고려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하며 협상자체를 무효화해야 합니다.

이 땅에 살아갈 후손을 위해서라도 이는 땅을 지켜온 농군의 한 사람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