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서유럽 5개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열흘 남짓한 짧은 일정이어서 주마간산 격으로 돌아보긴 했지만 그래도 느낀 것이 참 많았다. 그 중에 한 가지가 벌거숭이 산이나 속살을 드러낸 채 파헤쳐진 개발지역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굽은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곳은 좀 반듯하게 잡았더라면 좋았을 걸’하는 곳도 많았다. 그런데도 굴을 뚫거나 산자락을 절개하지 않고 산모퉁이를 돌아서 길을 낸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이렇게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개발을 하면서도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잘 사는 나라들이 바로 유럽의 선진국들이다.

최근 우리 당진군은 각종 개발 계획들을 쏟아내고 있다. 굵직한 것들만 살펴봐도 석문공단 개발계획 변경승인, 송산지방산업단지 30만평 추가 확장, 2010년까지 주택 3만호 건설, 당진항 개발 등이 그것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침체되어 다들 어렵다고 야단일 때 이런 장밋빛 청사진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지 모른다. 더구나 인간과 자연, 풍요와 행복이 어우러진 신산업 항만 도시를 건설하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것 하나도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는 개발이 불가능한 것들이라는 데 있다. 한번 훼손된 자연환경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다행히 복원한다고 하더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이삼백년에 걸쳐 이룩한 경제성장을 삼사십년에 압축하여 달성하려는 것이 우리나라다. 더구나 당진은 서해대교가 놓인 이후 최근에야 급속한 발전을 보이는 곳으로, 성급한 개발을 앞세우다 보면 자칫 인간과 자연, 풍요와 행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공해만 무성한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은 먹고사는 문제가 더 우선인 군민들이 다수라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소득 삼만 불 시대를 넘어서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그 귀결점은 당연히 환경이 될 것이다. 그때, 미래 세대에게 원망을 듣지 않고 떳떳하고 당당한 선배가 되려면 각종 개발 계획에서 사람과 환경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사람과 환경이 조화를 이뤄 살아가도록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개발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킴으로써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개발’이 이뤄지도록 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학교 및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자연환경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달아 환경보전을 생활화하도록 하는 교육 활동을 지속성있게 전개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풍요와 행복이 담보되는 성숙한 개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모든 군민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각종 개발에 환경을 고려하고 있는지를 늘 감시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 군민의 가슴속에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들이 깊이 새겨진다면 아무리 활발한 개발이 진행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고 하여 금수강산이라 불리는 이 땅이 훼손됨 없이 영원히 푸르고 건강하여 모든 사람들이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