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48년 8월15일 정부수립 이후 역대 8명의 대통령이 통치해 왔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나름대로 각각의 공과가 있겠지만 딱히 성공한 대통령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분이 없음은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 복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나는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간절히 소망한다는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약 8개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마당에 그를 평가한다는 것은 이른 감이 있지만 아무래도 존경받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기는 물건너간 것 같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간절히 소망한 것은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고교를 간신히 졸업한 후 독학으로 법학공부를 통해 사법고시를 패스한 후 법조계에서 약자를 위해 일하고 민주화운동과 국회의원으로서 소신껏 활약했음을 평가했고 또 개혁적 성향과 춥고 배고픈 설움을 잘 알기에 서민을 위한 대통령으로서 고루 잘사는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해 줄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바램은 취임 수개월도 못돼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그 큰 원인은 정제되지 않고 럭비볼과 같이 예측불허의 말실수가 그를 끝모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을 통해 지지도가 50%를 상회하고 재보선 불패신화와 자치단체장 싹쓸이는 물론 대선예비후보인 이·박 두 사람이 큰 수혜를 입고 있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열린당의 지지도가 바닥에 이르자 김한길 등 28명은 약삭빠르게 대통령과 자신이 몸담았던 당을 비난하며 탈당해 소지역주의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통합민주당을 만들었고 지금도 탈당기회를 노리고 있는 의원들이 많은데 제 살기 위해 대통령과 자신들이 몸담았던 당을 배신하고 자신들은 온전히 흠 없는 양하는 작태가 볼썽사납다. 집권당이 이지경의 국민적 반감을 산 데는 일원인 그들에도 공동의 무한책임이 있는 것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연후에 역사의 심판을 받는 것이 도리이며 또한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1453년 세종의 차남인 수양대군은 한명회 등과 계유정란을 일으켜 김종서, 황보인 등 충신들을 제거한 후 자신의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조선의 7대 임금에 오른다.
이에 분개한 집현전 학사들인 성삼문·박팽년·이개·유응부·유성원 등 사육신이 세조를 제거하기 위한 계략을 세웠으나 공모했던 김질이 변절해 장인인 정창손(영의정)과 함께 세조에게 고변하여 피바람을 일으킨 후 세조의 신임을 얻은 그는 우부승지, 좌부승지, 병조참판 공조, 병조·형조판서 등과 예종 때는 우의정, 좌의정에 오르는 등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는데 배신과 철새정치인이기를 마다 않는 그들은 차기 정권에서도 부귀공명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국민의 질책이 있을 땐 솔직히 인정하고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국민이 성원할수록 몸을 낮추고 더욱 분발하는 정치인이 되야 할 그들이 자신을 신뢰하고 중책을 줬던 대통령과 동료를 배신하는 것을 보며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짐을 감출 수 없다.
또한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높게 나타난 데는 거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잘했다기보다는 노정권에 대한 거부감에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업적인양 교만하고 일부의원들은 성추행, 공천금품수수, 만취추태 등으로 국민의 질책이 준엄함에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듯하다. 정치인이 존경받지 못하는 까닭은 국민을 의식하지 않거나 업신여기는 오만함 때문임을 깨달아야 한다.
6월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에서는 노대통령이 야당 대선예비주자인 이·박에게 막말을 한 사건으로 정가가 시끄럽다.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노력해도 모자란 판에 설화(舌禍)를 자초하니 민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번 대선에서는 냉철함과 객관적 판단을 통해 국민 모두가 학수고대하는 성공한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선택해야 하는 명제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