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WTO의 출범과 함께 세계식량체계가 확대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농업·농촌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스스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판매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비자들은 생산지와 생산자가 알려지지 않은 정체불명의 먹을거리를 먹고 있습니다. 또 가게에서는 제 나라에서 생산된 제철 농산물이 있음에도 수천,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팔고 있습니다. 값싼 농산물의 대량생산과 값싼 에너지 정책에 힘입은 농산물의 장거리 수송 덕분입니다.

하지만 농산물의 대량생산과 장거리 수송은 전쟁과 천재지변 등에 의해 세계경제가 요동을 치거나 정치적인 갈등이 고조될 경우 쉽게 변할 수 있어 식량공급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메이저 곡물회사들의 세계 곡물시장 점유율은 식량 공급의 심각한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사용된 농약과 항생제의 일부가 농산물에 잔류되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장거리 수송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부패를 막기위해 방부제 등이 살포되고 있습니다. 장거리 이동으로 생산자와 소지자의 관계가 단절되면 생산자와 농산물 수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유럽의 광우병 파동, 미국과 호주간 성장호르몬 쇠고기 분쟁, 벨기에의 다이옥신 칠레산 돼지고기 파동, 유럽연합과 미국의 유전자 조작농산물(GMO) 분쟁 등은 오늘날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식량체계는 값싼 에너지가 뒷받침되지 않거나 경작지의 산성화와 사막화로 경작가능한 용지가 줄어드는 것을 막지 못할 때 그 체계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취약함을 가지고 있어 국가간 갈등, 환경 및 기아 문제 심화, 지구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문제와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 세계식량체계를 대신해 농업·농촌의 대안으로 지역식량체계가 모색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식량체계는 지역의 농민, 가공업자, 유통업자,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특히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의 연결은 상호작용을 증대시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하여 농산물의 지역생산과 지역소비를 원활하게 합니다. 즉, 농민들은 외국산 농산물과 다른 차별화된 농산물을 생산하고 또 소비자들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입니다. 또한 식량안보, 식량의 자급,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해 지역 구성원의 필요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며 지역의 생태 조건에 맞게 생산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농업이 이루어집니다.

몇 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 등은 지역식량체계 수립을 위한 전 시민사회적 움직임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전국 최초로 1994년 초등학교, 1996년 중고등학교에서 완전 직영급식을 시작했습니다. 2003년엔 아라중학교에서 친환경 유기농 급식준비위가 결성되고 ‘초록빛 농장’을 직영하면서 친환경 급식이 시작됐고 전교조와 종교계 등 시민사회단체 55곳이 연대해 친환경 농산물의 학교급식화를 위한 조례 제정 운동을 벌였습니다.

2003년 전라북도는 최초로 학교급식 조례를 제정해 지역 농산물,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게 됩니다. 강원도 원주의 상지대학교도 학교 생협과 연계, 모든 구내식당에서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합니다. 대구·경북에서도 ‘농업회생과 지역자치를 위한 사회연대’가 결성되어 지역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지역 공동체 부활을 꾀하고 있습니다. 정기 농민장터를 열 뿐 아니라 식당을 운영하는 기업, 병원, 공공 기관과 협약도 맺어 유기적 생산-소비 체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미흡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세계식량체계를 극복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지역생산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인구 15만 달성으로 당진시를 준비하고 있는 농업 강군(强郡) 당진에서 또 하나의 사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