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동학대예방센터에 갔다. 아이와 놀이치료를 했다. 늘 자동차 놀이를 하던 아이가 다른 장난감을 찾다가 마땅한 것이 없으니까 자석으로 된 장기판을 가지고 와서 함께 하자고 한다. 장기를 둘 줄 아느냐고 하니 모른다고 한다. 가르쳐 달라고 해서 하나 하나 가르쳐 주면서 장기 한 판을 두었다.

아이는 장기판의 말이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는데도 자기 말이 죽는 것을 싫어했다. 내 말을 잡아야 한다면서 규칙을 어긴다. 그렇게 하는 아이가 기특하고 예쁘다. 나에게 처음에 왔을 때는 선택적 함묵증이 있었고 생기도 없고 승부욕도 없이 혼자서 놀이를 했다. 놀이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승부욕도 많이 생겼다. 장기판은 결국에 비기도록 했다. 그럼에도 만족이 되지 않는지 자기가 내 왕을 잡아먹고는 이겼다고 우긴다. 아이가 이겼음을 인정해 주고 다음에 다시 한 번 대결을 하자고 했다.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나라의 미래가 밝아진다. 뉴스에서 안양의 두 여자 어린이가 죽음의 시신으로 발견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른들의 건강하지 못한 가치관과 욕망이 아이들을 힘들게 한 것이다.

21세기는 지식정보사회이기에 공부에 뒤떨어지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인식이 어른들에게는 아주 높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오직 공부만이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가? 그렇지가 않다. 지식정보사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인격적인 성숙함이다. 인격적인 성숙함이 개인의 행복과 건강한 사회를 이뤄간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새 정부는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에게 일제히 학력 평가고사를 치르게 해서 성적과 등수로 줄 세우기를 했다. 경쟁의 대열에서 출발하도록 강요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를 하려면 영어를 잘 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는다. 그동안 논술학원이 번성을 하다가 이제는 다 문을 닫고 영어전문학원을 하려고 한단다.

천안에서 논술 학원을 경영하는 원장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학원을 그만두고 서울에서 로스쿨 입시생들에게 논술 강의를 한다고 한다. 논술이 입시 시험으로 채택이 되어서 학생들이 책을 읽고 글쓰기를 공부했는데 갑작스런 입시 정책의 변화로 학생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이제는 그나마 기본 교양을 갖추지 못한 ‘무식한’ 학생들이 양산되게 되었다.

그동안 청소년들의 정서적인 건강함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교육을 해오던 나는 요즘에 당진 청소년 문화 아카데미에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21세기의 지식정보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먼저 정서적인 건강함과 인격적인 성숙함을 위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당진군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경쟁력을 높일 수가 있는 기회를 어른들이 마련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