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대신 넘치는 고지서

“안타깝습니다”

최종락집배원

“보험업무가 부담되기는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올해로 26년째 주민들에게 희노애락이 담긴 소중한 사연을 전하고 있는 집배원 최종락(남, 50세, 순성 갈산리)씨는 달라지는 우체국의 모습에 적잖게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소식 전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일해왔는데 이제는 보험업무까지 맡아야 한다. 내심 불만도 있을 법한데 최씨는 의외로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고 있다. 달라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최씨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찾아가는 것 같았다.

최씨는 세상의 변화에 따라 육체적 노동은 각종 과학의 발달로 많이 덜어졌지만 정신적 피로는 오히려 더 늘고 있다고 말한다. 변화하고 있는 업무 속에서 각자 맡아야 할 정신적 짐은 점점 늘고 있는 형국이다.

최씨는 지난 73년 집배원을 처음 시작하면서 낡은 자전거를 타고 편지를 돌렸다. 그 후 자전거는 오토바이로, 다음에는 승합차로, 소식을 전하는 교통수단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비록 교통수단과 우편관련 기기들이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소중한 사연을 담은 편지들이 갈수록 줄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대학이나 군대 간 아들로부터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집배원 생활의 보람을 느끼곤 했는데 이젠 그런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기쁜 사연, 슬프고 아픈 사연을 담은 편지 대신 이제 각종 고지서와 통지서가 이를 대신하고 있어 마음 한켠으로 착잡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연애편지 마저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은 오랫동안 매고 다녔던 우편가방을 내려 놓은 대신 분류작업을 하고 있지만 집배원으로서 느끼는 안타까움과 긍지는 여전했다.